.


.

편집 2001.04.09(월) 23:40
기사검색
.

  여론칼럼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정보통신 | 만화만평

HOME

.

하니와 함께

오늘의 이메일
뉴스 브리핑
하니 잘하시오
기사에대한의견
한겨레투고

토론

토론기상도
오늘의논객
주제별토론
자유토론방
라이브폴

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획연재

광고안내
사이트맵
신문구독

. home > 여론칼럼 > 난나이야기

농사꾼이 희망이다

농사를 짓겠다고 까불댄 지 겨우 2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래도 요즘엔 “농사짓겠다”는 얘기를 하면 생각 잘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지금 귀농학교에 와 있어서 더 그렇겠지만 처음엔 `뭘 몰라서 그렇다' `생각 바꿔라'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까지는 `농촌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젊은이'는 몇 안 되고 농촌을 떠나기 바쁜 것 같다. 가만히 놔둬도 `똥줄 빠지게 힘든 곳'인데, 사람들의 무관심에 구제역이니, 광우병이니 정말 해먹을 게 없다는 소리만 절망적으로 들리니 말이다.

그렇지만 나처럼 한편에선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기도 하다. 귀농이라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을 한번 결정하고 나서부터는 더 의심하고 주저할 여지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 바로 설 수 있고, 나라가 외부의 간섭에서 독립할 수 있는 근본은 `먹거리'가 해결되는 일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도는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심각할 것이라고도 하는데도 천하태평인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다.

농사꾼이라면 못 배우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농사라도 짓고 있는 것처럼 치부해버리니 답답하다. 사실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도 모르면서. 농사짓는 분들이 지금처럼 묵묵히 먹거리를 생산해주지 않는다면 도시에선 될 일이 하나도 없는데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말인지.

지난해에 농민이 데모를 했다. 경운기 끌고, 돼지 끌고 초췌한 얼굴들을 들고 말이다. 농민이 데모를 하면 그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농민은 말이 없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그 분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건 나라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농촌에 이사오면서 동네 분들의 농사를 도와드리러 다녀봤지만 농사란 게 해뜨기도 전에 나갔다가 해지고 들어와서도 끊이지 않는 것이고, 일이 끝나면 서둘러 잠 자기 바쁘다. 그래서 무슨 데모니 운동이니 하기는 정말 힘든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농민이 데모를 했다는 것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무슨 도움이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농사 겨우 1년 지어보다가 너무 힘든다는 핑계로 지금은 귀농학교로 와서는 간사라고 앉아 있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농사의 기쁨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농촌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당장 땅 파고, 고추 따고, 김 매고 싶은 심정이다. 말은 많지만 그냥 땅이 엄마 같고, 일이 좋을 뿐인다. 내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땅은 엄마고, 농사는 기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농촌실정이 혼자 좋아라 할 수 없게 하는 것 같다. 학교는 안 다니고 농사짓는다는 잔소리에, 당장 땅 한뙈기 없이 농사 시작해도 밥벌이가 쉬 되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있어야 농촌에서 멀어지지 않을 거란 변명이다.

한가지 믿음은 있다. 사람이 농촌을, 땅을 떠나지 않으면 절대 탈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땅은 전기가 끊겨도, 폭탄이 떨어져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기다리는 땅, 남아서 지켜주는 땅, 그런 땅에 대한 굳은 믿음이 사람을 온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지 그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렇게 논두렁 밭두렁 뒤엎어서 러브호텔이나 레스토랑 지을 일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 알아준다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심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여하튼 하루 빨리 이제는 다시 땅으로 묵묵히 되돌아 가는 사람들이 박수받고, 농민들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맹다혜/(사)더불어살기생명농업운동본부 예산귀농학교 간사












↑ 맨위로

.  

여론칼럼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 국제 | 증권 | 문화생활 | 정보통신 | 만화만평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