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1년04월02일18시43분

    한겨레/ 사설·칼럼/ 난나이야기
    [난나이야기] 참고서 없는 세상 꿈꾸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침에 학교에 오는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지만 행동은 엄청 빨라졌다. 전날 새벽 1시를 넘겨서 잠을 자는 학생이 한 반이면 20명 정도다. 학교가 파하면 학원 가고, 과외하고 독서실 가고 …. 쳇바퀴 돌아가듯 지루하고 따분한 고3 생활에 어쩔 수 없이 이어지는 늦은 취침 ….

    그 다음날 학교에서도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어느 선생님은 학생들을 “약 먹은 비실비실한 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고3 학생들은 그럼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기에 그렇게 늦도록 자지 않을까. 고3의 가방을 열어 보니, 자신의 이름 석자와 학년, 반, 번호가 바코드처럼 여기저기, 덕지덕지 쓰여 있는 책뿐이다. 이것은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도대체 왜 고3이 되어서야 모든 책에 자기의 소유물이라는 표시를 아주 뚜렷이 할까. 그 이유를 알아보니 1권당 6천원에서 비싸면 2만원대를 훌쩍 넘는 참고서와 문제집이었다. 비싼 것들이니 소중히 할 수밖에 ….

    교과서 수업은 조는 시간

    이뿐만이 아니다. 고3이 되면 정말 수업을 `골라' 듣는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은 자는 시간이고, 프린트라도 문제 하나 들어 있다면 참여하는 시간이다. 어느 수업시간에는 학생의 짧은 발언이 있었는데 바로, 이 허무한 한마디.

    “선생님, 교과서말고 문제집 풀어요!”

    가치혼돈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교과서(학문)냐, 문제집(대학)이냐'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하긴, 이런 것은 중학교 때 정도면 빙산의 일각처럼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참고서'다. 개인적인 경우지만, 중1 때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주변에 공부 잘 하는 친구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모두 과외를 하거나 참고서를 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길로 누나의 도움을 받아 서점에 가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의 참고서를 산 적이 있었는데, 생물과 물상으로 나뉘어져 있던 과학자습서 등 한 과목이라도 두 권 이상을 사야만 해서 그렇게 하고 계산을 했다. 그랬더니 총 합계가 5만원이었다. 1996년 당시에 ….

    물론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하는 것보다는 싼 편이지만, 5만원이면 한 가족의 생활비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10만원짜리 수표에 쓰인 금액의 절반이다.

    그래도 그 때 당시 가정과 기술, 한문, 음악, 미술, 국사, 체육 등 다른 과목을 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가정과 기술 같은 문제를 풀어봐야 문제의 감이 왔던 것까지도 구입했다면 정말 `수표 한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5만원이라는 거금으로 산 문제집을 다 소화해 낸다면 아깝지 않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것을 꼼꼼히 다 푸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7차 교과에 희망을

    하지만 너무 억울 한 것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서 또 참고서를 사야 한다는 점이다.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시간이 흘러 2001년. 이제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됐다. 내년에 졸업하는 고3의 처지로서 `미래 지향적'이라는 7차 교육과정을 받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참고서와 문제집이 지금처럼 너무 많이 필요하지 않는, 그래서 `저녁 12시면 자고 6시면 일어나는 수업시간에 졸지 않는' 학생일 수 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7차 교육과정의 책들은 참고서보다 학생들의 애착을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교과서는 그 어느 참고서나 문제집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부담없는 기본교육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주세환/서울 경복고등학교 3년·<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 tojsh@hanimail.com



    [Home | 사설칼럼|기획연재|정치|경제|사회|스포츠|국제|증권|문화생활|정보통신|만화|전체기사] []
    copyright(c)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