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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1년03월19일18시43분

    한겨레/ 사설·칼럼/ 난나이야기
    [난나이야기] 인문학 부활을 꿈꾸며

    유난히 눈이 많았던 겨울이 끝나고 저기 어딘가에 봄이 숨어 있다. 올봄이 내게 주는 의미는 남 다른데, 그것은 이제 대학 4학년이 되어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학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대학 4학년, 그 이름만으로 왠지 우울하다. 지금껏 100m 달리기 선수처럼 정신없이 달려왔건만 어느 순간 멈춰서 숨을 고를 작정으로 뒤를 돌아 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이 없다. 이제 내가 뛸 거리는 10m도 남지 않았다. 가진 것 하나도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것 같은 기분임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는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느끼는 좌절감이 겹칠 때 우울한 기분은 배가된다.

    기실 인문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인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지식인 스스로의 책임이기도 하며,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정작 인문학자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는 인문학의 위기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여 발생된 결과라 생각한다. 우선 외부적 요인을 따져보자. 세계가 ―동시에 우리나라도― 경제발전에 온 신경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실 인문학을 포함한 순수학문은 자신들의 자리를 응용학문에 내 주어야 했다.

    게다가 날로 천박해져 가고 있는 자본의 세상에서 인간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은 그 발전 속도에서 세상을 따라가기가 어려워 숨이 턱에 차는 듯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 작업을 그친다면 그것은 절름발이식 모색이다. 앞서 지적한 외부적 요인은 내부적 요인과 연결되는데, 그것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적절한 발언들이 인문학 내부에서 쏟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제나 시대상황은 있어 왔고, 그에 걸맞은 시대정신 또한 상존해 왔다. 80년의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90년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의 성숙'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그러한 시대정신에 걸맞은 현실발언을 했던 지식인이 과연 몇이나 있었는가. 경제가 무너지고, 인문학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을 때 이의 해결을 위한 목소리들은 왜 그렇게 작게 들리는가.

    이런 지적은 지금껏 인문학자들의 연구경향과도 연결될 수 있다. 지금껏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독점해 왔으며 때문에 자신들의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는 데만 급급했을 따름이다. 동굴 밖의 세상 변화에는 무관심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발언 또한 들리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삶과 유리된 학문, 그리고 현실문제에 대한 안이한 태도로 인해 인문학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 된 것이다. 지식인의 기본적인 책무가 현실 비판이라 했을 때 수 많은 지식인들은 이런 책무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한다면 지금껏 인문학 지식인들은 자신의 지식과 유리된 삶을 살아왔다고 지적하는 건 무리일까. 삶과 지식이 바퀴 굴러가듯 동시에 진행될 때만이 빛을 발한다. 지난 시절 (군사)독재에 기생하며 자신들의 사회적 권위를 확대시킨 수 많은 지식인들과 아직도 그들이 망령처럼 우리 주위에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나는 절망스럽고 역겹다.

    그러나 청년은 절망을 말할 권리가 없다. 그것이 혹 근거 없는 꿈일지라도 간절히 희망을 걸어 본다. 앞서 지적했듯이 언제 인문학이 대접받던 시기가 있었던가. 이제 인문학의 생명에 활기를 불어 넣자. 인문학이 천대받는 세상에 대한 도전적인 발언과 함께 냉철한 자기 비판을 통해 내부의 원인규명 작업이 동시에 진행될 때 인문학의 승리를 꿈꾸는 나의 희망은 단순히 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시우/<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한림대 사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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