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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1년03월12일18시35분

    한겨레/ 사설·칼럼/ 난나이야기
    [난나이야기] 이민 부추기는 언론

    요즘 한국 언론의 관심사 중 하나가 이민과 조기유학 열풍이다. 언론이 이처럼 이민과 조기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진정으로 국민들의 무더기 엑소더스를 안타까워하고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도내용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맞는지 의심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이민보도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이 이민보도에 집착하기 전에 보도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일반인에게 상당히 왜곡된 내용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현상이 이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민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규명에 대한 통로가 매우 좁고 이차적이다. 아무리 많은 한국인이 이민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 통로가 특정계층에만 열려져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민에 대한 상상은 엄청나게 커져있지만 그 누구도 실상을 직시하기 어렵고 그것은 마치 전설 속의 엘도라도처럼 막연하기만 하다. 만일 언론에서 이민열풍을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면 우선 부풀려진 이민에 대한 환상부터 깨야 한다. 왜냐하면 이민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각종 사회문제로 인한 이민의 외형적 결과에만 집착한다면 계속적으로 더 많은 이민자들을 양산해 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언론들의 보도양태는 `한국을 떠나라, 가능하면 빨리 떠나라'라는 이야기를 일반 대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심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만약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지금 보도 내용은 분명히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그들은 이민자의 사회학적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실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중에 어느 누구가 한국사회가 살기 좋다고 생각할 것인가. 그들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신물이 나고 역겨워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이민을 선택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도망가는 비겁자도 아니고 우리를 배신한 배신자도 아니다. 오히려 이민자들은 외국에서 우리보다 더 가슴 뜨거운 애국자가 된다. 반대로 언론에서 보는 이민자는 무조건적으로 한국사회를 극도로 증오하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그것도 이민을 떠나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보다는 지금 떠나려고 유학·이민 박람회 장을 찾는 사람들, 실직을 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한국 교육에 절망해서 선진교육을 찾는 이들에게 묻는다.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을게 분명하다. 아니 일평생 살아온 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데 그 누가 미련을 남기고 싶겠는가. 사랑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야유와 멸시는 분명 장식적이고 과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러한 극단적 반응을 즐기는 듯 보인다. 그들에게 이민자는 현정권을 비판하는 데 좋은 구실과 도구로서 이용된다. 과거보다 늘어난 이민자수가 현정권의 몰락과 함수를 가지고 있다고 교묘히 전달한다. 그러나 이민자들 대부분은 현정권을 미워해서도 옛정권을 동경해서도 아닌 한국 사회 자체에 대한 근본적 개선 가능성에 회의를 느껴서 떠나는 것이다.

    언론의 관심은 선진국에서 행복하게 살 동포보다는 그들이 묘사하는 `지옥'에서 동고동락할 일반 대중들에게 모여져야 한다. 그들에게 그릇된 이민관이나 한국사회에 대한 자괴감만을 준다면 그들이 말한 대로 정말 한국 사회에 희망은 없다.

    언론들은 이제 방향성을 잃은 이민보도를 그만두고 우리 민중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지옥을 떠나는 행복한 이들이 아닌 지옥에서 견디고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사는 우리들이 이 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명동진·<인터넷한겨레> 하니리포터/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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