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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1년03월05일19시51분

    한겨레/ 사설·칼럼/ 난나이야기
    [난나이야기] 비정규직에게 노조를

    지난 달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2월9일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복수노조 허용 5년 유예' 부분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사정위 합의 직후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는 복수노조 허용의 유예가 노조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점이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소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조설립을 가로막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였다. 결국 법 개정안의 통과로 이 문제는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이미 작년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있으며, `노동시장 유연화' 또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이름 아래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계약직, 촉탁직, 임시직 등 갖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교할 때 퇴직금, 각종 근로수당, 산업재해 등 근로기준법의 적용에서 비껴나 있으며,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임금도 각종 통계나 조사결과를 보면 정규직에 비해 절반 이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해고의 위협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물론 노동계약이나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의 일부를 적용받는 경우도 있지만, 정규직에는 당연히 주어지는 노동자로서의 혜택이 이들에게는 싸움을 통하거나 운 좋게 아량 넓은 사용주를 만나야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단위 사업장에서의 복수노조의 허용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각종 권리를 얻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복수노조 허용 유예에 대해 노사정위는 “우리나라가 기업별 노조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경영계 입장에서도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노조문화만을 배경으로 한 논리이며, 앞으로도 비정규직 노조의 합법화를 더욱 요원하게 하리라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지난해 초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 5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노조 가입이나 노조 결성을 희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냉혹하다. 기존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경우 한국통신노조가 규약상 계약직을 조합원에 포함시키고 있어 복수노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설립필증을 교부받지 못하다 계약직 노조가 통신노조를 상대로 조합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등 실랑이를 벌인 끝에 규약 개정을 통해 작년 10월에야 합법화 될 수 있었다.

    계약직노조는 이렇게 독자노조로 인정받지만 `구조조정'이란 `거인' 앞에 수 천 명이 계약해지를 당해 거리로 내몰리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그러나 복수노조 허용 유예로 인해 조직 대상을 달리하는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라도 독자적으로 노조를 설립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이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하루 빨리 만들어 이들을 보호하려는 의지이다. 지난해 10월 노동부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 소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노동자에 준 하는 자'로 보고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행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날로 증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의 노동기본권과 인권은 `사각지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황의택/월간 <노동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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