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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14(목) 18:24

‘국가경쟁력 순위’ 사실은…


“정부가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발 뻗고 잔다면, 정부도 아니다!” <조선일보> 14일치 사설의 한 대목이다. 기업인들 모임인 세계경제포럼이 13일 발표한 올해 국가별 성장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 순위가 29위로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국가경쟁력 11단계 추락”, “끝없이 추락하는 국가경쟁력”. 다수 언론들이 머릿기사 등으로 크게 다뤘다. 일부 보수언론은 노사협력(92위), 정부지출 낭비(57위), 정치인에 대한 신뢰(85위) 등의 수치를 들며 잘못된 정부와 정치, 노사관계가 경제를 망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 보고서 작성 과정을 잘아는 전문가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각국의 경제 통계치도 반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국 기업인을 상대로 한 의견조사 결과가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인 조사를 대행한 한국개발연구원의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경영활동과 관련해 자국의 경제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주관적 수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이 이 자료를 인용하는 데 신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사의 주관성은 다른 항목 평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예로 우리 기업의 환경중시 경영은 세계 9위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과연 국민들도 그런 후한 점수에 동의할까? 이번 결과는 우리 기업들의 반정부, 반노동자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항상 걱정하는 반기업 정서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기업인들이 어떤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주관적 의견을 국제적 권위를 갖는 객관적 평가인 것처럼 분칠해 국민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부 언론의 저의는 무엇일까? 이런 자해식 왜곡 보도가 지금 한국 경제를 가장 위협하는 암적 요소일 수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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