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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10월10일18시24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중고생 머리 자유화

    단발 머리나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바쁘게 등교하는 학생들. 대한민국 대부분 중·고등학교 앞에서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이를 보고 학부모나 교사 등 기성세대들은 `단정하고 학생답다'고 흐뭇해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앞머리 3㎝ 귀밑 3㎝'로 대표되는 머리카락 통제에 반발한다. 급기야 청소년들은 지난 5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두발제한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10만명으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았다. 두발제한이 이렇게 사회문제로 번지자 지난 4일 교육부는 `각급 학교는 이달 안으로 두발 문제 관련 토론회 열어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준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학생 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서희식 서울 시흥중학교 교사와 두발제한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온 청소년 웹 연대 `with' 박준표 대표를 만나봤다.

    “청소년의 자율성과 신체적 자유를 해치고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강압적 두발제한에 대한 문제제기다. 두발제한 폐지운동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염색을 허용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학생·교사·학부모 등 각 학교 구성원들이 대화를 통해 머리카락 길이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민주적 훈련을 하자는 것이다.”

    박준표 대표는 두발제한 폐지운동이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서태지형 새빨간 대걸레 머리 허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염색 여부나 어느 정도 길이로 머리카락을 기를 것인지는 각 학교 특성이나 지역사회의 상황을 고려해 학교 구성원들이 대화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며 “일시적인 부작용이 있더라도 학생들의 판단력과 책임감에 맡겨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희식 교사도 두발규정 완화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아침 등교길에 가위로 학생들의 머리를 강제로 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염색이나 퍼머 등은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

    서 교사는 `용의단정=모범생' `용의불량=문제아'란 등식이 교육현장에선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이 학교 다닐 때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모범생도 염색을 하는 학생이 많다. 방학 뒤 개학하면 보름 가량은 염색머리 단속하느라 다른 일을 못할 정도다. 단순히 학생의 외모를 놓고 판단하면 바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박 대표는 학생의 두발제한 폐지운동을 벌인 직접적인 계기로 각 학교의 강압적인 머리카락 단속을 지적했다. 그는 두발제한 폐지운동을 벌이면서 전국의 중고등학생들로부터 `선생님이 가위로 머리카락을 마구 잘랐다' `라이터로 머리카락을 태웠다' `두발제한에 항의하다 마구 맞았다' 등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인격과 인권을 무시하는 이런 행동을 교육이란 이름으로 미화할 수 없다. 문제가 있는 선생님이 극히 일부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 한명이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중요한 문제다.”

    서 교사는 올 1학기부터 생활지도부장을 맡으며 학생들의 머리카락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아침에 교문에서 단속하는 선생님들도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간다. 실제 거의 간섭을 하지 않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은 학생에겐 청소를 시키거나 `양심이 있으면 좀 잘라'고 주의를 주는 정도다. 학생들을 설득하고 마음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는 올 3월 새학기 초 머리카락이 긴 학생들을 단속하다 갈등에 빠졌다고 한다.대부분 `앞머리 3㎝'란 기준을 넘기는 많은 학생들을 규정위반자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규정을 완화시킬 것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였다.

    박 대표도 중고생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이 수직적 위계질서가 엄격한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지시와 명령만 받은 탓이라 말했다. 학생들이 학생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논의하는 민주주의 훈련을 쌓아 점차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교육부가 두발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각 학교에 의무화시킨 것과 관련해 학생회의 자율성과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는 토론회는 의미가 없다며, 교칙과 생활전반에 대한 토론회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이달 안에 두발 문제를 두고 말그대로 학내 구성원끼리 난상토론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장선생님이 모든 문제를 토론회에서 논의하자고 해서 학생과 교사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완전자유화를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토론회에서 학생들에게 두발규정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겠다.”

    그는 학부모의 뜻도 고려해야한다며 배우는 학생이기 때문에 머리카락 규제가 풀리더라도 `단정' `청결' `학습에 불편을 주면 안 된다'는 최소한의 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철 기자nura@hani.co.kr


    머리자유화 운동은 민주의식의 반영

    두발 제한은 엄연히 사라져야 할 우리 사회의 폐단이다. 두발 제한 존재의 부당성은 그것이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점에 있다. 우리 헌법에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밝히고 있으며, 유엔에서 제정하고 우리나라도 가입한 `아동·청소년 권리조약'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기본법 12조에서도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가위가 문구용이 아닌 인권유린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두발 또한 엄연한 신체의 일부이며,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

    두발 제한의 역사적 부당성은 널리 공론화한 상태이기에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분명한 것은 두발 제한이 일제와 군사독재의 잔재라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 학교는 삶과 진리의 교육·체험의 장이 아니라 학교병참기지화 정책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필자를 비롯한 600만 청소년이 아직도 그 역사적 피해자로 존재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상처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두발 자유화에 대한 거부 여론이 건재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두발 자유화 운동은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자신이 인권을 스스로 보장하고 학교를 민주화하려는 주체적 움직임이다. 이는 교육 제1주체의 의식성장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그동안 학생의 인권보호와 학교민주화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두발의 전면적 자유화, 학교운영위원회의 학생 참여, 파행적인 교육의 정상화 등에 대해 교육주체인 학생·교사·학부모 등과 민주적 제반 절차에 따라 허심탄회하게 합의하고 이를 정책화해 나감으로써 시대 변화에 따른 창조적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 본연의 임무에 힘써야 한다.

    육이은/인권과교육개혁을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준) 공동대표

    획일적 군사문화의 산물 청산해야

    머리모양 규제 문제는 획일적 군사 문화의 산물이며, `학생은 공부 외에는 모든 욕구와 권리를 유예해도 된다'는 식의 사고에 성인세대가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데서 빚어지는 결과물이다.

    머리의 길이나 모양을 700만 중·고등학생들 모두에게 거의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두발 규정은 분명히 헌법에 위배된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미성년에 대한 보호와 간섭의 범위는 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 한 학급에 많은 학생들이 있고 거대학교라는 물리적 조건 속에서 학생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감옥에서도 인권은 존중돼야 하듯, 학생들의 기본권을 보호되고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다. 더구나 두발 규제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개성을 중시한다는 교육 과정 운영의 목표와도 거리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다원화한 사회에서 사고와 행동이 자유로워야 할 청소년들의 두발이나 복장을 획일적 틀에 가두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주체적 삶을 발전시키고 사회적 할 일을 인식해 가는 과정이 교육의 주요 기능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통제 위주의 억압적 교육을 해 온 탓에 빚어진 성인들의 비주체적이고 비생산적인 문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좀 더디더라도 학생들에게 자율적 통제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바람직한 세대간의 통합은 성인 세대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성인세대에 대한 학생들의 깊은 불신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된다.

    사회의 변화를 직시하자. 언제까지 청소년들을 간섭과 보호의 울타리 속에 가두어 둘 수 있겠는가? 두발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현원일/서울 면목중 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생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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