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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10월03일21시27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한-일 투자협정 체결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를 촉진하고 이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한일투자협정을 연내 체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2, 23일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이 문제는 두 나라의 주요 의제였다. 현재 두 나라의 한일투자협정 체결 움직임은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 주요 내용 역시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달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일본 현지기업의 노동쟁의를 해결하는 책임을 한국 정부가 져달라고 요청했고, 김 대통령은 1980년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요구는 사실상 투자협정의 기본정신인 내국인 대우 원칙과 어긋나는 일종의 특혜인데도, 이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투자협정 체결 반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관계학)와 동국대 김관호 교수(국제경제학)로부터 한일투자협정 체결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봤다.

    “왜 정부가 한일투자협정에 그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 현재 투자협정 체결의 필요성은 있지도 않으며, 체결할 경우 일본에 대한 구조적 종속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정부가 투자협정 체결을 일본에 제안한 때는 외환 부족으로 아이엠에프 사태가 한창이던 때였다”며 “그때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가 급선무였을 수 있지만 외환보유고가 90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지금은 그 필요성마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국대 김관호 교수는 투자협정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 이유는 “단기적 투자 유치보다는 우리가 현재 추구하는 자유화·세계화라는 정책방향을 장기적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경제적 풍요는 세계화라는 구조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투자협정은 세계화의 핵심인 기업활동의 글로벌화를 보호·촉진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한미, 한일투자협정과 같은 양자간 투자협정의 성격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은 세계 50여개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맺고 있는데,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 최빈국, 동구권 국가들이다. 곧 투자했다가 떼일까봐 걱정이 돼서 맺는 게 양자간 투자협정이다.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 투자협정은 우리나라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일부 드러난 일본쪽 요구 내용 중 이른바 `진지조항'을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내용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노동쟁의가 있을 경우 △기업이 요청하면 한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진지하게 응하고 △중재기관은 합리적·객관적·공평한 태도로 중재에 임하며 △이런 조처가 자국기업에 불리하지 않은 내국인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진지조항은 우리나라의 노동쟁의 해결 절차를 못 믿겠다는 전제 아래 출발하고 있다”며 “이 조항이 포함되면 노동기본권이 엄청난 제약을 받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자칫 일본 현지기업을 노동기본권의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는 공익사업장으로 간주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또한 이 교수는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해당국이 자본통제 등의 조처를 실시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조항을 다자간투자협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데, 미국은 한미투자협정 체결 협상에서 이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며 일본 역시 미국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진지조항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구체적으로 어떠 내용으로, 그리고 어떤 성격으로 도입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강한 구속력이 있는 조항으로 도입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굳이 도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구속적 성격의 규정으로 도입하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세이프가드 조항 철폐에 대해 반대함과 동시에 “세이프가드 조항의 취지에는 세이프가드 조처의 남발을 절대 금지한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협정 체결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규모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진단도 통계적 허상일 뿐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로부터 부품·소재를 조달한다면 무역수지는 조금 개선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품·소재룰 일본에 의존하는 종속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인 일정비율 이상의 채용 금지 △현지에서의 자재·부품 조달 요구 금지 등 이른바 `이행의무 금지 규정' 역시 한국경제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구조적 대일종속을 개선해 나가는 방법은 부품·소재 산업의 수입대체화 전략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투자협정은 이런 전략을 펼 가능성 자체를 아예 봉쇄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반면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법규상 이행의무 금지 규정에 위배되는 조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규정 도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입대체 전략에 대해선 “동남아와 중남미의 개발도상국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실패한 경제발전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일본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부문을 우리나라에 투자해 재배치함으로써 양국간의 경쟁 우위 분야와의 보완관계를 형성하자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일본을 능가하겠다는 국민적 정서는 공감하지만, 세계경제 역사상 후발국이 선발국을 따라잡은 예가 거의 없으며 경제이론상으로도 이런 추월 모델을 구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조준상 기자sang21@hani.co.kr


    북미자유무역협정 실패 되새겨 즉각 중단해야

    초국적 자본에게 최적의 투자환경과 무한한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이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일투자협정은 `고용창출, 기술이전, 세수증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외국인투자의 대부분은 생산·고용과는 무관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이다. 1999년 장기경영을 위한 투자는 155억달러인 반면, 단기성 투기자본은 415억달러에 이르렀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직접투자라고 해도, 정리해고를 불러오는 인수합병 방식이어서 기존 고용이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나마 신경영기법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직,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양산해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또 투자협정은 `이행의무 부과 금지 조항'에 따라 기술이전 요구를 금지하므로, 기술이전은 세계적 하청계열구조상의 지위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수되는 것에 한해 이뤄지게 되고 이는 기술종속적 산업구조를 강화시킨다. 게다가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해 외국인투자에 온갖 세금 혜택을 주면서 세수 증대를 기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게다가 이른바 `진지조항'을 명시한다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노조결성을 방해하고 쟁의행위를 봉쇄하며 만약 쟁의가 발생하면 조기에 진압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일투자협정 체결 시도는 한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한 단일시장, 그리고 한중일 자유무역지대로 이어진다. 이는 멕시코 경제를 늪으로 빠뜨리고, 미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했으며, 캐나다의 대다수 기업을 도산으로 몰아넣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과 같은 효과를 불러올 것이기에 더욱 심각하다. 한국경제의 대외종속성을 깊게 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한일투자협정 체결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류미경/투자협정WTO반대국민행동 사무국

    시장통합으로 국제경쟁력 강화 큰몫

    지난 5월22일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가 함께 발표한 `한일 자유무역협정 공동연구'에 나타난 한일투자협정 및 자유무역협정의 긍정적 효과를 요약한다.편집자

    한-일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사이에 남아있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철폐에만 그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투자 촉진, 무역 활성화, 양국의 무역과 투자관련 제도 및 기준의 완화 등 시장통합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든 조처를 망라하는 포괄적 협정체계에 목표를 두는 것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부품과 완제품뿐만 아니라 저급제품과 고급제품을 상호 수출하고 수입하는 산업간 무역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여행·운송·건설·통신·금융 등의 서비스 산업에서도 산업내 교역이 증가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일간 시장통합으로 양국 기업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전략적 제휴도 확대될 것이다. 아울러 한일 양국의 통합된 시장은 양국에 대한 미국과 유럽기업들의 투자도 증대시킬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하락함으로써 양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강화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장이 진정으로 통합되기 위해선 양국간 상품, 서비스, 금융자본 및 인력자원의 이동이 활성화하도록 조세협약, 투자협정, 표준·인증에 대한 상호인정협정을 타결하고, 통관절차, 기타 무역원활화 조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걱정이 있지만, 한국은 서비스부문에서 대일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함으로써 상품부문에서의 대일 무역수지적자 증가분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으로부터의 직접투자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한일투자개발은행의 설립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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