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0년09월26일21시35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평화협정 체결 주체는?

    “남북이 자주적 해결” “북·미 당사자협정이 기본”

    1953년 이후 한반도는 국제법상 성격을 따지면 `종전'이 아닌 `정전'상태다. 반세기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정전체제는 여러 가지 정치적, 법적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남북이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하는 2+2형식의 4자회담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을 평화협정 당사자로 하지 않았을 경우 한계가 분명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석열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전상봉 청년연석회의 대표의 의견을 들어봤다.

    두 사람은 평화체제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평화협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누구와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인지를 따지는 이른바 당사자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남북이 돼야 한다. 남과 북이 먼저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지지하는 것이 평화체제를 남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미국, 북한, 중국이고 미국이 아직도 한국군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이 평화협정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

    유석열 교수는 그동안 6차례 열린 4자회담이 지난해 8월이후 중단돼 별다른 성과가 없지만 통일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들어 4자회담의 진전을 막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융통성있는 태도를 보이는 정세변화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다. 그는 “남북정상 합의문에도 자주적으로 풀어가자는 대목이 있다”며 “평화 정착의 핵심은 남북이 기본적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상봉 대표는 정전협정에 뿌리를 둔 분단체제는 남과 북, 미국이라는 3자 사이의 관계 속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체결 당사자이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아직도 한국군 전시작전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는 등의 현실을 고려하면 실질적 평화보장을 위해 미국이 책임있는 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한이 평화협정의 체결 당사자가 되려면 정전체제 아래서의 긴장 상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군사주권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군이 작전지휘권을 행사한다면 남과 북이 평화협정을 맺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유 교수는 미국의 힘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90년대 들어 평시작전지휘권을 회수했고 최근처럼 남북화해시대로 접어들수록 미국의 구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북 군사책임자가 긴장완화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바뀐 현실을 정확하게 보지 못한 탓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남한이 빠지면 평화협정의 실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북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도 남한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통일의 한 주체이기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마땅한 구실과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남북 불가침 합의가 이뤄져 남북간 군사적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남북이 이미 합의한 기본합의서가 이행된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기본합의서가 10년 가까이 사문화하고 있다”며 “기본합의서가 이행되고 교류협력이 이뤄진 단계에서 미국과 북한이 남은 문제가 있다면 그때 상황에 맞춰 조약형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전 대표는 94년 제네바 핵합의, 99년 금창리 문제, 페리보고서 등 한반도 정치군사문제의 주요 쟁점이 북쪽과 미국 사이의 회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북한이 경의선 연결 등 필요한 것 이외의 사항에 소극적인 것은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식의 4자회담이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중후반 내내 지속된 4자회담 소집공방을 비롯해 6차에 걸친 회담이 의제조차 합의하지 못했고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4자회담의 실효성이 없다는 증거다.”

    하지만 유 교수는 최근 남북 상황, 국제 여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 논리로 변화한 상황을 풀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북-미 평화협정, 주한미군 문제를 그전처럼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자기 체제 유지에 신경을 쓰는 등 4자회담의 성공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 때 합의한 자주 조항에 주변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한반도 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해결해야 하지만 주변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받을 때 해결가능하다. 4자 회담은 주변국의 불안을 씻어주고 남북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틀이 될 수 있다.”

    전 대표는 평화체제 구축은 남과 북 미국 3자가 회담을 통해 △남북 불가침 합의를 이행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 △한미 불평등한 군사관계 청산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려면 먼저 군작전지휘권의 환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혁철 기자nura@hani.co.kr


    실질적 평화정착 환경 조성이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관련한 최근 한반도의 상황은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적대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 문제의 두가지 성격 가운데 그동안 국제적 원심력에 비해 약화했던 민족적 구심력을 만회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장 의미있는 당국자 회담은 국방장관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의 조건부 주둔을 인정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 약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촉진하려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김대중 대통령은 2+2 방식의 평화체제 수립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 관계정상화 궤도에 오르지 못한 북한과 미국은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생존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군사력 감축을 무조건 할 수 없는 상황이며, 미국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지지하면서도 북한 위협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 인식은 북-미 또는 남북간 당사자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해 왔던 평화협정 문제를 새롭게 논의할 가능성과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현단계 한반도의 평화지수는 당사자 논의가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실질적 환경 조성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선 남북이 경의선 철도 복원, 임진강 수해 방지 등 가능한 계기 속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 주도의 점진주의적 방법은 평화협정을 평화체제의 토대로 안착시키고 이후 민족자주적 통일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서보혁/평화네트워크 평화문제연구회 회장

    남북·북미간 이중협정 바람직

    평화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서의 구실이다. 다른 하나는 북미 관계를 비롯해 남북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다룰 회담틀로서 4자회담이 존재하지만, 의제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중단돼 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와 관련해 쟁점사항은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누구이냐 하는 문제이다. 그동안 남한은 남북 당사자론을 주장해 온데 비해, 북한은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임을 고집하고 있다.

    남한을 배제한 채 북미간의 평화협정 체결만을 고집하는 북한의 제안은 현실적으로도 실현가능성이 없거니와,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민족사적 과제와 유기적으로 결합되기도 힘들다. 또 미국을 배제한 채 남북 당사자간의 평화협정만을 주장하는 남한의 제안 또한 비논리적이고 반통일적이다. 미군이 남한에 4만명이나 주둔하고 있고 또 이들이 엄청난 무력 소지자인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려한다면, 미국이 평화협정의 주체인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는 올바른 평화구도의 정착은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푸는 길은 남북간 협정과 북미간 협정, 곧 두개의 협정을 동시에 체결하는 것이다. 남북간 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성격을 지니며 남북이 서명 당사자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2' 형태이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과 미국간에 협정을 체결하며, 이 협정은 북미 관계의 기본틀을 규정하는 성격을 지니는데, 그 내용에 그동안 북한이 요구해온 미국의 북한 체제 유지에 대한 보장을 포함시키면 될 것이다.

    차승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통일협회 부장





    [Home | 사설칼럼|기획연재|정치|경제|사회|스포츠|국제|증권|문화생활|정보통신|만화|전체기사] []
    copyright(c)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