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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9월05일22시08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통신질서법' 개정 논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음란·폭력문 차단 목적”

    요즈음 정보통신부(mic.go.kr)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검열반대'란 머리띠를 두른 글이 하루에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과 시민단체들이 정통부가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검열하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등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대운동 사이트(freeonline.or.kr)등을 만들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인터넷이 빠르게 대중화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지키고 음란·폭력물 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과 라봉하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 개정에 반대하는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의 성격을 `온라인 국가보안법'이라 규정하고 `통신질서확립법'이라고 아예 이름을 바꿔 부른다.

    전 처장은 “법에 따르면 상업적 서비스 뿐만 아니라 비영리목적이나 개인의 정보 제공도 모두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자의적인 잣대로 적용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검열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자유로운 소통을 특성으로 하는 인터넷 정보에 대해 `해로우니 보지 마라'를 지정하겠다는 발상이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 과장은 개정안은 음란·폭력물 등 불건전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 건전한 인터넷 사용환경을 만들려고 할 뿐이지 검열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은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해 자율표시제를 도입해 인터넷의 내용을 등급화하고 학부모 교사들이 등급표시를 참고해 자녀들이 특정등급이상의 내용을 보지 못하게 지도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등급표시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청소년단체,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

    전 처장은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 “최소한 상업적인 정보서비스로 심의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상업적 서비스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할 경우 대부분 내용 규제가 약한 해외로 사업을 옮겨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런 인터넷의 초국가적 특성으로 법적 규제의 실효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업계 자율규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라 과장은 “애초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보내용등급표시 의무대상자 범위를 `청소년유해정보를 제공하려는 자'로 정했으나 모호하다는 네티즌의 지적을 반영해 지난달 28일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보를 제공하는 자'로 명확히 했다”며 “또 검열이란 오해를 씻기 위해 등급표시를 사전에 하지 않고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정보로 지정된 것에 한해 사후에 의무화하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처장은 애초 법안의 명백하게 문제있는 몇가지 조항들을 고쳤을 뿐 큰 틀에서 보면 바뀐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등급제에서는 기준의 설정과 적용을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정보의 제공자나 이용자 모두에게 그런 기준의 선택권을 허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보제공자 처지에서 본다면 자신이 보기에 국가가 제시하는 등급기준이나 적용등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낄 때 마땅히 거부할 방안이 없으므로 자율규제가 아니라 법적 규제라는 것이다.

    라 과장은 개정안에는 검열 논란에 묻혀있지만 사이버 스토킹이나 사이버 성폭력 등 인터넷의 각종 불법행위를 처벌하고 국민들이 온라인상에서 입은 피해를 손쉽게 구제하기 위한 조항 등 네티즌에게 보탬이 되는 내용들이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도 손해배상 청구 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 없음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과한 것이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두도록 한 내용들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 처장도 사이버 공간에서 유해정보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처벌을 위해 사이버고발센터를 두거나 경찰청 컴퓨터범죄수사대 기능을 강화 방안 등을 그런 예로 꼽았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단순히 정책 수립, 조정, 지원 구실을 넘어서 정보통신부의 업무권한영역을 지나치게 확대·강화해 부처이기주의적 성격도 보인다는 게 전 처장의 생각이다.

    라 과장은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의견을 듣고 건설적인 의견은 개정안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지만 지난달 26일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의 접속 불능사태 같은 사이버 시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해킹과는 다르지만 다른 이용자의 홈페이지 접근을 방해하는 것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전 처장도 정통부 사이트 접속불능 같은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근본 이유로 개정안 작업이 비공개적으로 추진되온 점을 지적했다. 지난 7월20일 정통부 주최 공청회에서 개정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이런 법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정통부가 각계 전문가와 일반 이용자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혁철 기자nura@hani.co.kr


    유해정보 규제 필요하나 창조성 억압안돼

    최근 인터넷 이용인구가 16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몇년 전까지 인터넷은 첨단을 걷는 사람들이나 사용하던 것으로 인식됐으나, 지금은 피시방 등이 동네 곳곳에 자리잡는 등 생활속에 뿌리내렸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청소년들에게 음란·폭력물이 무차별적으로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누구나 피시통신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다 얼굴 모르는 상대방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한두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주도하는 법안이 담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지만 사이버 공간을 무방비 상태로 놓아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최근 법원도 사이버 공간의 명예훼손 글에 대해서도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부모나 교사 등 어린 자녀를 키우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은 인터넷의 유해 정보를 가정이나 학교에서 차단할 방법을 찾아 고심하고 있다. 물론 국가가 인터넷 정보 기준을 멋대로 통제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이버공간의 자발성과 창조성을 막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논쟁이 되고 있는 인터넷 등급제는 활용 여하에 따라선 학교와 가정 등에서 청소년에 유해한 사이트를 막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해정보 판단기준을 정부가 독자적으로 정하지 않고 시민사회나 네티즌들의 폭넓은 의견을 받아 정하고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서두를 필요없이 공청회도 몇번 더 열고 외국의 사례도 검토해야 한다. 지금 사이버 공간의 유해정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구체적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 네티즌, 시민단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중신/서울 광진구 광장동


    정보통제·인권침해 가능성 간과 말아야

    `통신질서확립법안'을 둘러싼 논란과정에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다시금 확인된다. 7월20일 정보통신부 주최의 공청회가 열리고 시민단체들이 이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을 때 대부분의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반면 이 법안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인터넷상의 문제점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과장·왜곡함으로써 정통부가 내놓은 개정 법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7월 하순 내내 사설·칼럼 그리고 사회면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욕지거리'와 폭력·음란물이 난무한다고 집중 보도해 이 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강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주장했다. <중앙일보> 역시 네티즌들의 온라인 시위를 `사이버 훌리건'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난동'이라고 왜곡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 8월26일 정통부의 서버가 다운되자 일부 언론은 사이트 접속불능 상황에 대해 `해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가 하면, 진보네트워크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배후조종을 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사건이 터진 뒤에야 늑장 보도가 나오고, 그나마 문제의 핵심은 생략한 채 일방적인 주장만 부각시키는 언론의 편파성과 본질을 호도하는 선정적 보도태도가 다시금 확인된 것이다.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로 가고 있는 오늘날 정보 통제는 과거 안보와 질서라는 명분으로 자행되던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의 새로운 유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이 법안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설파할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공정한 여론 형성의 장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김은주/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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