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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8월01일21시04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외환보유고 논쟁

    외환보유고를 더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전달 말에 비해 7천만달러 줄어든 901억1천만달러. 1997년 12월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외환보유고가 처음으로 줄었다. 그 뒤부터 지금의 외환보유고 수준으로는 안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외환보유고 증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등 단기 외국자본 유입에 따라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단기자본의 유입량을 줄이고 1400억달러가 넘는 총외채(대외채무지급부담)를 줄여나가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인천대 이찬근 교수(국제금융학)와 연세대 경제연구소 정갑영 소장(경제학)을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98년과 99년은 각각 405억6천만달러, 250억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흑자 덕분에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다.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는 24억달러를 겨우 넘었다. 이것으론 1415억달러에 이르는 총외채의 이자도 못 낸다. 반면 올해 들어서만 지난달 15일까지 110억달러가 넘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흘러들었다. 올해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것은 이게 결정적이다.”

    이찬근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 직접투자 유입에 의해 늘어나지 않는 외환보유고 증가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일본·중국·홍콩·대만 등과 우리나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또한 지금의 외환보유고 증가는 단기 외국자본이 마음놓고 우리나라에 흘러들 수 있게 하는 암묵적인 보증 내지 보험 구실을 하는 탓에 환율 하락 압력을 낳아 수출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외환보유고가 급격한 원화가치 절하에 따른 환차손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정갑영 소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와 외환 부족으로 아이엠에프 사태를 맞았던 우리나라의 사정을 경험하면 외환보유고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약 30%(1천억∼12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외환보유고는 단기자금 유입을 부추기는 구실보다는 한국경제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설명한다. 외환보유고가 늘어서 환율 하락 압력을 낳았다는 이 교수의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나마 외환보유고를 지금 수준으로 쌓지 않았다면 환율은 더욱 떨어졌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정 소장은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면 외화 유입이 줄어들어 환율이 오를 것이고, 그러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외환보유고 증대를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폭 유지, 총외채 축소, 소비 절약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가변예치의무금(VDR)제를 서둘러 도입해 단기자본 유입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들아오는 외국자본의 일부를 일정기간(6개월이나 1년) 동안 무이자나 저리로 한국은행에 예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독 도입도 가능하지만, 일본을 뺀 동아시아 각국이 함께 도입한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10%대의 높은 금리로 빌려온 외채를 갚지는 못하고 외환보유고를 쌓아둔 채 5%대 금리에 불과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웃지 못할 일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외환보유고 운용이 `역마진'이라는 낭비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외환보유고 운용에서 오는 역마진은 우리가 부담해야 할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고는 위기 때 즉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운용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변예치 의무금제 도입에 대해서 정 교수는 단기자금 유입이 실물에 충격을 주면 도입해야 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현 경제상황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지금의 경제상황이 오히려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욱 심각하고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규제를 받는 은행 등 간접 금융기관의 대출여력이 부족해 신용경색이 왔고, 중소기업이 주로 큰 타격을 받았다면, 지금은 투신사나 은행의 신탁계정 등 투자기관이 사채와 기업어음을 구입하지 않는 직접금융형의 신용경색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이 실물경제가 더 타격을 많이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외국인들의 주식 보유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과 금리나 환율의 조그만 차이를 이용해 국내 금융기관이나 증권사로부터 빌린 대규모 자금이나 주식을 동원해 언제든 차익을 챙기고 떠나버리는 이른바 재정(아비트리지)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 근거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도 투신사나 은행 신탁계정에서 채권 매입 때 100%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규정이나 엄격한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완화시키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동감한다. 아울러 경제상황이 악화하면 내년 1월부터 실시하기로 돼 있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처는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상 기자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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