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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7월25일18시43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재정적자 감축 특별법' 추진

    한나라당이 입법 발의하고 민주당도 별다른 이견을 나타내지 않는 등 여야 정치권이 함께 제정을 추진중인 `국가채무 축소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사회복지 분야에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7년 12월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급속히 늘어난 재정적자를 최소한 균형 내지 국내총생산 대비 일정 수준 밑으로 축소하기 위해 예산증가율 한도를 첫 3년간 5% 이하로 유지하고 국가채무관리위원회를 두어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이 법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이 법을 굳이 제정할 필요성까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정될 경우 경기침체 등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경제학)와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경제학)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급속한 실물경제 위축을 극복한 주요 원동력은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흑자를 기록하던 정부 재정이 국내총생산 대비 미이너스 2∼3% 수준까지 악화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지난 시기 정부의 적자재정 편성은 기본적으로 옳았다.”

    유종일 교수와 안종범 교수 모두 아이엠에프 사태 동안 일어난 재정적자의 긍정적 효과에 동의한다. 정치권 일부와 학계 일각에서 현 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실물경기 회복을 일종의 `빚잔치'로만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안 교수는 “지금은 늘어난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이런 노력이 없다면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맞을 경우, 정부 재정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해 아무런 구실도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교수는 국회가 아닌 정부가 지난해 비슷한 법을 제정하기 위해 공청회까지 열었다가 4·13총선을 의식한 듯 갑자기 국회 상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안 교수가 보기에, 여러 선진국의 경험처럼 한번 돌아선 재정적자 추세를 되돌리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데도, 정부는 세수가 늘어나 2003년부터 균형재정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국회가 스스로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지만, 현 국회에 이를 바랄 수 없다며 `국가채무 축소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같은 강제적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줄일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유 교수는 이 법의 제정 필요성에는 강한 의문을 나타낸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더라도, 이는 오랜 군사독재가 남긴 후유증으로 봐야 한다”며 “행정부 주도 아래서의 국회 기능 왜소화 등의 문제점을 국회 본연의 기능에 대한 제한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곧 이 법 제정은 국회 스스로가 자신의 기능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유 교수는 `왜 지금 재정적자 감축 특별법이 주요 의제가 돼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금리와 물가는 안정상태이고, 줄어들고는 있지만 무역수지 흑자 추세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의 제정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이자 부담의 과다 및 이에 따른 재정의 압박, 재정적자 충당을 위한 화폐 남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 소비 급증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 등 재정적자의 부정적 폐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기 회복 덕분에 세입이 늘어나 통합재정수지가 올해 들어 흑자를 계속 기록하는 등 재정적자가 누적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재정 내지 흑자재정을 강조하는 것은 `건전재정은 곧 균형재정'이라는 일종의 도그마에 빠지는 것이라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안 교수 역시 건전재정을 균형재정으로만 파악하는 것에 반대하며,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의 이름 역시 `국가채무 축소와 재정건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자 수준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총생산 대비 마이너스 0.5∼1% 선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안 교수의 생각이다. 그리고 국회가 법을 제정해 재정적자 축소에 나서는 것은 민주주의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법을 통해 예산과 관련된 규칙을 정하는 것은 미래세대 및 이익집단으로 조직되지 않은 국민들의 이해관계까지 배려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반면 유 교수는 이 법의 제정이 오히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90년대 미국 부시 행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내세우다 흔히 `부시 리세션'이라고 불리는 경기침체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특히 이 법이 사회복지에 부정적 효과를 줄 것을 가장 우려한다. `필요 이상의 사회복지예산 삭감'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10월부터 시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형해화시키려는 시도가 부각되고 이 법의 내용도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병'이니 `복지 남용'이니 하는 주장 속에 빈부격차 해소라는 사회적 의제가 `물타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안 교수는 재정건전화와 사회복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재정건전화는 정치논리에 의한 과다한 재정지출을 막겠다는 뜻일 뿐, 취약한 우리의 사회복지예산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규정한 대로 늘려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조준상 기자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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