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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7월18일18시24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에너지값 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은 지난달 말 현행 석유가격 구조가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석유 가격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안의 뼈대는 휘발유에 비해 세금이 낮아 값이 싼 경유와 엘피지 값을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최고 175% 올려 에너지 과소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엘피지용 레저 차량을 새로 사려는 사람이 뚝 떨어지고 청와대·산업자원부 등 홈페이지에는 엘피지값 인상을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개편안을 짠 에너지경제연구원 조경엽 연구위원과 기독교청년회(YMCA) 신종원 시민사회개발부장 의견을 들어봤다.

    “저소득층 생업 차질 우려“ “소비줄이려면 인상 불가피”

    먼저 두 사람은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과소비 통제는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신 부장은 많은 시민들이 `에너지는 값싸고 무한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아파트에서 속옷 차림으로 지내고 자동차 행렬이 거리를 메우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을 많이 매겨 값을 올려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고에너지 가격 정책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도 그동안 산업경쟁력 강화와 물가 안정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해온 정책을 펴왔다고 주장했다. 국내 에너지 가격수준이 휘발유만 빼면 우리처럼 비산유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 평균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유럽 가격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요금 수준은 가정용 전기 67, 산업용 전기 68, 경유 62, 자동차용 엘피지 59, 휘발유 113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교통혼잡, 환경오염, 에너지 안전도 등을 감안할 때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은 배기량 1500㏄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 세금이 서울 강남 40평 아파트 재산세와 비슷한 현실을 들어 소비자는 차를 몰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기름값에 들어있는 세금 탓이라 말했다. 기름값 하면 어김없이 `차 모는 사람이 봉'이란 말이 따라나오는 등 시민들의 피해의식이 강한 현실에서 휘발유 값의 4분의 1 수준인 엘피지값을 정부 계획대로 올린다면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최근 엘피지 관련 정책이 단기적 대응에 급급해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값싼 엘피지 가격과 각종 세제 혜택으로 엘피지 차량이 지난해 60% 늘어나는 등 급증추세로 재정수입 안정성을 해치고 부족한 충전소 확충이란 사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휘발유에 비해 28% 수준인 엘피지값이 유지될 경우 차량별 연료사용 규제가 폐지되면 휘발유 자동차 소유자의 64%가 엘피지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비춰 휘발유 대비 엘피지 가격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신 부장의 주장이다.

    신 부장은 막대한 에너지 수입과 배기가스 등 환경 부담을 생각해 높은 가격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 정책이 모든 사회구성원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희생자에 대한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먹고 살기 위해 엘피지 차량을 이용하는 저소득층과 소상인의 생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했다.

    조 연구위원은 에너지 가격구조 개편안을 짜면서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장애수당 인상과 함께 소득공제를 넓혀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버스·택시 등 사업자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깎아주는 등 지원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연료값이 오름에 따라 보유단계의 세금을 느슨하게 하고 주행세를 강화하는 만큼 차량 소유자에게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부장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높은 세금을 매겨 고가격 정책에 안주할 경우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이 가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과소비를 막고 현재 에너지 구조의 대안을 만들려면 정책적 노력, 산업적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런 점이 손쉽게 집행할 수 있는 가격정책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계획대로 경유와 엘피지값을 올리면 세금 약 3조억원을 더 거둘 수 있다”며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조 연구위원은 “가격 개편안이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의도로 출발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더 걷힌 세금은 대중교통과 에너지 절약시설에 돌려질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개편안이 확정된 게 아니라 곧 공개토론회를 열 계획이며, 국회 통과과정에서 다양한 시민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부장은 “당장 엘피지값을 내리라고 아우성을 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쩨쩨하고 까다롭게 하는 것이 환경위기시대의 새로운 소비양식”이라며 “정부는 엘피지값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을 무시하지 말고 에너지 정책을 투명하게 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nura@hani.co.kr


  • 에너지값 개편에 따른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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