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


전체기사
주요기사
지난기사

기사검색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Site Map
  • 신문구독신청
  • 편집시간 2000년07월11일19시24분

    한겨레/ 사설·칼럼/ 따져봅시다
    [따져봅시다] '집단이기주의' 논란

    1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은행 강제합병 반대와 관치금융 청산 등을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얼마 전에는 의사들의 집단 폐업이 있었고, 롯데호텔 노조의 농성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 협상장에 경찰력이 투입됐다. 법 집행의 형평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올랐다. 때를 맞춰 일부 언론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정부 당국에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은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한 미국 보수적 연구소 보고서를 1면 머릿기사로 올리며 집단 이기주의를 경고하고 나섰다. 과연 지금의 상황을 `집단 이기주의'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사회학)와 노사정위원회 선한승 선임전문위원(사회학)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오히려 지금이 정상적인 상태다.”

    조희연 교수는 “역설적으로 1997년 아이엠에프 위기는 이전의 권위주의적 통제와 사회 규율 양식을 지속시켜 준 측면이 강하다”며 “이는 디제이 정권의 초기 개혁이 신속했던 요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때보다는 사회집단들의 이해실현을 위한 집단행동이 분출하는 지금 상황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진단한다. 시민적·정치적 기본권리인 `이해 실현을 위한 집단행동'을 감내할 자세는 민주사회의 기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선한승 선임전문위원은 지금의 상황을 기존의 규범이 무기력해지는 일종의 `아노미'(무규범) 상태로 진단한다. 87년 이후 권위주의적인 통제가 해체되는 연장선에서 위로부터의 공권력에 의한 규율이 사라지고, 아이엠에프 사태라는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 해결을 위한 `시민정신'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선 위원도 이기주의의 표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매도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선 위원이 보기에, 현 상황은 그동안 이뤄져온 법 집행의 문제점이 누적돼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 법과 규칙을 어기는 게 계층이동의 수단이나 통로가 되는 등 역설적으로 유리했다는 것이다. 규칙을 정하고 종합적인 조정자 구실을 해야 할 국가가 가진 자나 특정 계층에 치우치는 편향을 보였다는 게 그 배경을 이룬다. 여기에다 97년 대통령선거 때 이인제씨의 한나라당 경선 불복을 포함해 부패·비리에도 정치인들이 끄떡없이 더 나은 한자리를 차지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파급된데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역시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퍼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그는 본다.

    조 교수 역시 지금은 공익적인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이는 권위주의적 사회통합 양식이 공적·민주적 사회통합 양식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필수적 요소다. 이 과정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조 교수는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현 정권은 새로운 통합양식이나 사회 운영원리를 확립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그는 본다. 이를 테면 교육부의 경우 전국교직원노조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공권력의 새로운 정당성을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에서 보이듯, `엄정한 법 집행'이나 `불법 파업 엄단' 등과 같은 과거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집단 이기주의로 낙인찍고 있는 사회 집단들의 집단행동도 유형을 나눠봐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의사들의 집단폐업은 응급실의 일괄폐쇄 등 그 수단 측면에서 반인도적인 행동전략을 보이고, 의약분업이라는 새 이익분배 체계에서 지나치게 친의사적인 체계를 요구했기 때문에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한다. 반면, 롯데호텔 강제진압은 명백한 기본권리의 침해에 해당하고, 전국금융산업노조의 파업은 정부의 왜곡된 경제 개입을 비판하고 이를 전환시키는 진일보한 공적 성격의 싸움이라는 측면까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선 위원은, 현 정부는 노동계에 대해 강경과 포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국가만이 가져야 하는 공공선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빠져 있다는 게 문제라고 판단한다. 이런 맥락에서 힘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길은 대안이 아니며, 노조에도 정책참가 길을 열어주고 책임 분담을 요구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본다. 나아가 일부 관료의 자기 생존을 위한 국가의 이익집단화 역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이를 위해 시민의 감시 기능이 필요한데 이제 겨우 시작단계라고 한다.

    조 교수는 이전의 관치적 개입과는 달리, 투명성·책임성을 갖춘 정부의 공적 개입은 보장된 집단행동의 민주적이고 공적인 조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점에서 현 정부는 개혁을 이유로 개입을 모두 정당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개혁의 관료화', 곧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관료들의 이해관계에 의한 개혁의 실종이라고 한다. 은행·기업·사회복지시설 등 공적 자금이 투입된 모든 기관은 일종의 사회적·공적 기관인데도, 사유재산 절대주의와 주인 찾아주기 논리가 득세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보고 있다.

    조준상 기자sang21@hani.co.kr


  • [따져봅시다] 정부/"합리적 주장 존중하되 불법 집단행동은 불용"
  • [따져봅시다] 노조/"무사안일한 일부 관료가 집단이기의 전형"



  • [an error occurred while processing this dir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