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 사설·칼럼
  • 해설
  • 정치
  • 경제
  • 사회
  • 국제
  • 증권·부동산
  • 정보통신
  • 문화·생활
  • 스포츠

  • 전체기사
  • 주요기사
  • 지난기사
  • 기사검색
    .



  • 편집자에게
  • 광고안내
  • 서비스지도
  • 신문구독신청
  • .
    편집시각 2000년01월10일00시33분 KST

    [따져봅시다] 탈북자 난민 인정

    재외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해야 옳은가. 난민으로 규정하면 북한을 자극하고 결국 남북 관계가 경색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탈냉전주의 세력들은 재외 탈북자에 대한 난민 규정 문제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아 왔다. 그 틈을 비집고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식량·비료 지원에 소극적이던 일부 냉전주의 세력들이 나섰다. 그들은 역설적으로 `보편적 인권'을 명분삼아 정부의 포용정책을 비판하고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구실로 탈북자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시민연합'(북한인권시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현 목사와 고려대 국제대학원 이신화 연구교수(국제정치학)을 만나봤다. 편집자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던 윤현 대표는 적극적으로 재외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단 한사람이라도 강제송환 때문에 처벌받는다면 문제 삼아야 한다.” 윤 대표가 재외 탈북자에 대한 난민 규정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방법론적으로' 재외 탈북자를 보호할 수단은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신화 연구교수도 중·장기적으로 재외 탈북자를 천재지변과 함께 북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한 `환경난민'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신중한 편이다. 먼저 국제법적으로 식량을 얻기 위해 국경을 넘는 대다수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1967년 국제난민의정서는 정치·종교·인종·전쟁 등으로 인한 박해나 공포를 피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정치적 난민만을 인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교수는 국제사회가 재외 탈북자에 대한 난민 인정에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든다. 만약 많게는 30만∼40만명, 적게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재외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게 되면, 현재 난민 5천만명을 보호·지원하고 있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추가로 10억명을 더 보호하게 된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300여만명 등 재외 탈북자와 비슷한 처지의 인구가 10억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교수는 재외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국내적으로 준비가 됐는지에 대해 극히 회의적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국제난민의정서에 가입한 이후 단 한명의 외국 난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재외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멈추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는 것이다.

    윤 대표도 모든 재외 탈북자가 정치적 신념 차이 때문에 북한을 떠났다고는 보지 않는다. 정확한 실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탈북자의 상당수는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다만 윤 대표는 중국이 `무조건 강제송환'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국 또한 국제난민의정서 가입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탈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던 1996년께 북한은 물론 중국 정부가 이를 묵인했고, 지금도 자국 농촌 남성의 결혼을 쉽게 하기 위해 탈북 여성의 납치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윤 대표는 비판한다.

    윤 대표는 중국 동북3성에 유엔 주도의 탈북자 캠프촌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쓰이는 돈은 한국을 포함한 국제구호단체가 맡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회의적이다.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뿐더러 더 많은 탈북자를 낳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표와 이 교수 모두 재외 탈북자에 대한 난민 인정 문제를 정부의 포용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윤 대표는 현 정부 아래서 지난해에만 탈북자 140여명을 받아들였다며 정부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인정한다. 다만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윤 대표는 “상대방인 북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세력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도 잠자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도 감정적 수준에서 탈북자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고 있는 국내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정부도 좀더 넓은 시야에서 탈북자 문제에 “전체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이 교수는 “뉴질랜드 이민국, 오스트레일리아 난민국, 캐나다, 유럽연합인도국(에코) 등에서도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이런 국제기구나 각국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탈북자의 현실을 `난민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윤 대표와 이 교수는 최근 영국의 국제적 구호단체인 옥스팸이 구호식량 전달과정의 투명성을 문제삼아 북한을 떠난 것이 북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사실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적인 비정부기구들과 국제기구들을 주도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게 두 사람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 교수는 미국으로부터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북한에 대한 남한 정부의 교섭력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상 기자sang21@hani.co.kr


    ↑맨위로


    copyright(c)2000 The Internet Hankyoreh . webmaster@new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