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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1.07(일) 20:50

세금엄살, 너무 심하다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4천만 국민 가운데 5만 등 안에 들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아파트 하나 갖고 있어도 부자인가 싶어 황당했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뿐, 지은 지 30년 되어 불편한데, 강남에 있어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 것이다. 국세청 사이트를 찾아 보니 기준시가가 깜찍하게도 9억원을 3천만원이나 넘었다.

내가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만큼 부자라는 데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택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빚이 끼어 있어 3분의 1은 온전한 내집이 아니지만 국세청 기준시가로 명백한 국가인증 부동산 부자임을 아니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위헌이니 부유세니 조세형평에 안 맞느니 하는 보도를 접하고 내년 세금을 계산해 보았다. 올해 건물세와 토지세를 합해서 낸 세금이 90만원 가량이었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안 오르게 상한선을 둔다니까 135만원은 안 넘는다. 정밀하게 계산을 해 봤다. 종부세는 9억원 넘는 3천만원에 대해서 과세되니까 내년의 세금은 120만원 정도였다. 10억원 넘는 집이 있는데 기껏 30만원 가량 더 내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5만명에 불과한데 조세저항을 부를 만한 일인가 의아스러웠다. 5만명 가운데 억울한 사람, 딱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9억원 이하는 오히려 세금이 줄어들어 덕을 본다는데 …, 종부세 무서워 집을 팔아야 한다는 아우성은 믿을 수 없다. 강남의 45평 정도 아파트 관리비는 여름이면 매달 30만원 정도, 난방을 하는 겨울철이면 50만원을 넘는다. 고층의 주상복합은 갑절이라고 한다. 1년 평균 500만원에서 천만원의 관리비를 내면서 종부세 부담이 힘겹다는 주장은 엄살이거나 거짓말, 아니면 여론 왜곡이다.

9년 동안 탄 내 차값은 100만원도 안 된다. 100만원짜리 차를 소유하고 올해 낸 세금은 20만원이다. 보험료와 주차료를 포함하면 세금이 자동차 값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공기를 오염시키고, 길 복잡하게 만들고, 혼자 타고 다니느라 비싼 외화 쓰는 것을 감안하면 자동차에 딸린 비용을 치르는 것에 대해 유감이 없다.

세금은 누구나 덜 내고 싶어 한다. 탈세는 안 하더라도 절세는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어떤 법이 생기면 그것을 피해 갈 편법이 생기고 편법이 만연하면 편법을 잡기 위해 또다른 법이 생기는 것이다. 거두는 당국과 내는 개인이나 기업이 끝없는 숨바꼭질을 하게 하는 게 세금이다. 진짜 부자들은 대개 살고 있는 집도 그림 같은 별장도 값비싼 외제차도 모두 개인 소유 아닌 회사 명의다. 뭘 하는지 알 길 없는 이름만의 회사 사장이 수십만평의 농장에서 즐기면서 나중에 연수원을 짓는다나 하면서 회사 이름으로 한다. 진짜 부자들은 선견지명이 있는 모양이다. 종부세도 피해 가니까.

지난주말, 늦가을 구경을 겸해서 동료들과 양평 쪽에 다녀왔다. 그림 같은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그곳에 터잡고 사는 전 직장동료와 만났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양평 구석구석에 흘러들어온 가난한 문인·화가들의 생활상을. 빈집들을 조금 손보고 들어가서 마당에 채소 심어 가꾸고 한 달에 2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생활하는 작가·화가들이 많다고 한다. 월동준비를 위해 일이백만원이라도 손에 넣으려고 막노동을 한다는 아무, 아무개의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평생 내가 존경해온 사람은 창작을 위해 전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비록 세상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 해도 전업 예술가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보통사람이 못 갖는 충족감으로 가득 찬 한 차원 높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들은 전업작가고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없다. 누군가의 불운을 보고 자신의 처지에 안도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긴 하다. 만년에 종부세 내는 비싼 집으로 역모기지론을 해서 살고, 또 우리 부부 국민연금을 합치면 150만원 정도 되니까 이들에 비하면 나는 대재벌이다. 나보고 부자라니! 잠시 억울하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김선주 논설주간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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