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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10(일) 21:37

북한의 매스게임, 그리고 ‘어떤 나라’


개봉되면 편안히 영화를 볼수 있는데 굳이 부산영화제에 가는 이유는 못말리는 영화광이어서가 아니다. 줄을 서서 표를 사고, 영화가 끝나면 쏜살같이 튀어나와 옆의 극장에 들어가고,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해운대에서 남포동으로 5천원짜리 영화를 보기위해 만오천원의 택시비를 들이며, 택시속에서 시간 늦겠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들떠서 돌아다니는 것은 일상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흥분이다. 소문난 영화는 표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예약이고 뭐고 현장에서 해결하자고 나갔다가 허탕을 치면 젊디 젊은 군중속에 끼어앉아 떡복기도 먹고 디카로 사진도 찍노라면 나이만으로도 외국에 온 이방인같은 기분을 만끽할수 있다. 텔레비전도 신문도 완전히 꺼버리고 1년에 한번씩 벌이는 일상의 탈출은 그래서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이틀동안 다섯편의 영화를 보았다. 처음 본 영화는 ‘2046’과 ‘비포 선셋’이다. 어긋난 사랑, 미완의 사랑, 그 애절함에 속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펜들의 소망을 감독들은 친절히 들어주었다. 그러나 ‘2046’은 ‘화양연화’의 매혹을 이어주지 못했고 9년만에 만난 ‘비포선셋’의 남녀주인공에겐 비행기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뭐라고 말할지 몰라도 양조위의 사랑의 추억때문에 까칠해진 모습과 왕가위의 현란한 미학은 여전히 아찔하다. 조금 꾀재재해진 에단호크와 주름이 생긴 쥴리 델피가 한번의 터치조차 없이 영화가 끝나 관중석에서 탄식이 세어나와도 나는 대만족이었다. 사랑이야기만으로 감동이 밀려온다는 것은 내속에 녹슬지 않은 젊은 방이 아직도 있다는 것으로 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제에 온 본전은 뽑은 셈이다.

그러나 다시 사회정의, 도덕,통일,인간의 존엄성이니 국가보안법이니 하는 무거운 명제로 뻐근하게 통증을 느낀 것은 ‘어떤 나라’를 보면서였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폐쇄적이고 비밀스런 나라 북한에 대한 이야기"라는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북한의 매스게임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장엄한 이벤트다. 10만에 가까운 출연진들이 한치의 오차도, 한명의 일탈도 없이 오로지 장군님앞에 공연하는 그날을 위해 체조연습을 한다. 영국의 더큐멘터리 감독 다니엘 고든은 2002년에 1966년 북한이 참가했던 런던 월드컵이야기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이때 신뢰를 쌓았던지 북한당국은 그에게 재량권을 주었고 감독은 2003년 2월부터 8개월동안 북한 체조선수 소녀 두명의 일상과 가정생활을 밀착취재하여 더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체조소녀 두명의 가족은 장군님앞에 나가서 매스게임을 하게될 자녀를 자랑스러워하고 소녀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힘든 훈련을 쌓는다. 드디어 디데이, 그 영광스런 자리에 그들이 뵙기를 그토록 열망하던 장군님은 오시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다음날부터 언젠가 장군님이 매스게임을 보러 올것이라는 희망으로 다시 체조연습을 시작한다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북한의 굶주림과 폐쇄성과 고립성은 영화에 여실히 그려졌다. 첫째딸 생일날 강냉이 죽을 끓여서 온식구가 반그릇씩 먹고 생일맞은 딸에게만 한그릇을 주었노라는 어머니, 모든 가정에 비치된 래디오는 하나의 채널뿐인데 소리를 줄일수는 있어도 끌수는 없게 되었다는 해설, 전시용도시인 평양이 하루에 일정시간 정전된다는 사실, 장군님의 영도력아래 행복합네다라는 겉모습뒤쪽에 실은 엄청난 체제불안이라는 공포가 감추어져 있음을 알수 있다. 전국민이 일사분란하게 매스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체제결속의 사회이지만 탈북자가 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자 그야말로 슬픔이 강물처럼 흘렀다.

영화관을 나오자 이리저리 밀리는 주말 부산 남포동 거리엔 젊은 영화관객들의 열정과 흥분이 10월의 새파란 하늘로 까르륵 까르륵 치솟았다. 바로 그때, 섬광처럼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면 국가안보가 위태롭다던가 주장이 북쪽의 집단매스게임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열정과 다양한 에너지야말로 바로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 (논설주간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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