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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16(일) 17:57

김혁규 총리내정 옳치 않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는 김영삼 전대통령이 애지중지한 인물이다.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68년부터 4년동안 6급공무원으로 일하다가 1천달라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뉴욕 한인회장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후원자가 되었고 92년 대선때 김대통령의 사조직인 ‘나라사랑본부‘의 기획실장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김대통령이 당선되고 곧바로 청와대 비서관이 되었다. 청와대 입성 아홉달만에 경남도지사로 발탁되어 금의환향했다. 그뒤 민선도지사로 3선을 했다. 김대중대통령도 한나라당출신 도지사인 그를 탐내고 신임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100억이상의 재산을 신고한 일곱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그를 노무현대통령 또한 애지중지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김 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난 해 말부터 노대통령에게 약속받은 자리가 비례대표 1번과 국무총리라는 설이 파다했다. 4.15총선이 열린우리당의 승리로 끝난 바로 다음날 노대통령이 제일 먼저 만난 것도 김혁규 전지사였다. 총리내정설이 굳어지는 것 같자 한나라당은 ‘변절자‘가 총리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비난과 공격을 가했고 김 전지사는 총리내정자처럼 적극적으로 방송에 출연해 이를 반박하였다.

세명의 대통령이 모두 그를 탐내고 중용하려 한 것을 보아 김 전지사가 총리감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일수 있다. 정치적으로 발판이나 인맥이 별로 없이 단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노무현대통령이나 단신으로 사업에 성공한 김전지사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심정을 알수 있다. 집권 1기의 총리는 안정적인 고건총리를 2기엔 CEO형총리를 쓰겠다는 것이 복안이 김혁규 전지사에 의해 구체화 된듯 싶다.

김전지사의 꿈이 대권에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남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경남지사가 필요했고 김지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CEO형 지자체장을 자임하는 이명박서울시장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열린우리당에는 CEO형 정치가로 부각된 인물이 없었다. 김전지사의 야망과 열린우리당의 필요가 맞았고 노무현대통령으로서는 열린우리당에도 한나라당의 이명박 서울 시장의 대항마로 CEO형 차기대권주자 김혁규전지사를 하나쯤 내세우고 싶었을수 있다.

그러나 정치란 권력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책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과정도 중요하고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다. 아무리 욕심이 나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정치도의상 옳치 않은 일을 해선 안된다. 입장을 바꾸어 보자. 만약 한나라당이 우리당의 텃밭의 유력한 인물을 총선직전 총리직을 약속하고 빼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사람빼가기의 원조라는 한나라당이라지만 김혁규만은 받아 들일수 없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김혁규총리를 기정사실화 하는 대신 한나라당에 선물을 줄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석가탄일 특사에 반영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것이 타협과 대화의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라면 그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철새정치인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된뒤 노대통령은 조신하게 탄핵국면에 대해 사죄했다. 선거법 위반 문제엔 입을 다물고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문제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부채를 느낀다고 했다. 법적문제보다 도의적 책임을 더 무겁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가 김혁규전지사를 빼올때 한 약속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국민들의 눈을 생각해 삼가해야 할 일이 있다. 아직 집권초반이고 김전지사를 중용할 기회는 또 있다. 집권 2기 초반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다. 정치도의상 옳치 않다.

당이라면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국민들 가운데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면 이들에게 더 무거운 빚을 졌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그로 인해 여러가지 차질이 생기더라도 김혁규 총리카드는 거두어 들여야 한다.

김선주 논설주간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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