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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4.18(일) 17:23

탄핵철회와 박근혜대표의 리더쉽


△ 김선주 논설주간

17대 총선은 모든 당에게 행복한 결과를 내고 끝났다. 탄핵이 없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텐데 과반을 얻은 열린우리당이나 121석을 얻은 한나라당이나 분에 넘치는 승리를 했기 때문이다. 10석을 얻어 단번에 제3당이 된 민주노동당까지 합쳐서 세 당 모두 만족할 만한 승리를 거두었다.

유권자들도 행복해졌다. 17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3분의 2 정도가 초선이다.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을 바꾸고 싶어 한 국민의 여망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이 흡족한 것은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누가 나라의 주인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탄핵하여 50석도 못 건질 지경이었던 한나라당, 탄핵반대 여론으로 한때 200석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말실수와 분당론이 불거져나온 열린우리당 모두 민심이 써늘하게 돌아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였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당 대표들은 겸허하게 반응했다. 곧바로 상생과 통합을 들고 나왔다. 총선으로 여당이 안정적 의석을 얻고 야당은 야대로 만족할 만한 의석을 얻었다. 국민들은 이제 정국의 불안이나 동요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 탄핵문제도 이쯤에서 끝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박근혜 대표에게 탄핵의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자 박 대표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헌재 판결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탄핵문제가 걸려 있는 한 상생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총선 결과는 탄핵 무효를 웅변하고 있고, 대통령이 빨리 돌아와 국정 공백을 메우라는 민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서 박 대표의 입지는 현재 최고조이고, 당도 그에게 빚을 진 상황이다.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박근혜 대표다. 총선용 대표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당 대표 몫을 했다. 이때야말로 지도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인데, 그는 대표로서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자는 것인가. 헌재의 기각 결정을 기다리자는 것인가, 아니면 혹시 헌재가 탄핵을 결정할 수도 있으니까 그것을 기다리자는 것인가.

박 대표에 대해선 그가 정치무대에 나온 이래 전국적 지명도와 대중적 인기는 있지만 정치적 리더십은 미지수라는 평가였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총선에서 증명되었다. 그러나 기댈 곳 없었던 한나라당 지지자들과 보수층들이 그를 구심점으로 결속했고,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고 감성으로 지역적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 그의 미덕은 이번 총선에서 몇 가지 드러났다. 말을 아끼고 누구를 비난하지 않았다. 교묘한 전략이긴 하지만 대단한 내공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지도력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 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왔는데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헌재가 열려서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느니 아니니, 증거와 증인을 모아 아무리 따진다 한들 공허한 짓이다. 대통령이 사과했으면 가결되지 않았을 탄핵소추안이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한 행위를 왜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가. 정 의장과 박 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서 국민에게 탄핵문제를 해명·사과하고, 그 뜻이 헌재에 전달되고 대통령이 복귀하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머리 숙이는 그런 상생의 정치는 불가능한 것인가. 한나라당의 변신을 보여줄 한 단계 높은 지도력을 발휘하여 정국을 이끌어낸다면 그의 정치적 입지와 지지도는 확고해질 터인데도 말이다.

박근혜 대표에게서 부친의 그림자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아버지가 정치적 자산이자 부채라고 한 박 대표다. 그가 자산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앞으로 부채는 어떻게 청산해 나갈 지도 주목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선주 논설주간 sunj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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