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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3.17(수) 18:32

살아 있을 권리


지난 3주간 몽골에 다녀왔다. 1만t의 쌀을 6만여 가정에 석 달치로 나누어주는 대규모 식량 배분 때문이다. 쌀을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의 표정이 역력했고, 우리는 적어도 3개월은 살려놓았다는 기쁨으로 힘든 줄도 몰랐다.

같이 일했던 7명의 국제직원들은 월드비전 국제 긴급구호팀의 최정예 배분팀으로, 이들의 현장경력을 모두 합하면 무려 124년이다. 주경야독이라고 했던가. 나야말로 낮에는 배분현장에서 몸으로 배우고, 밤에는 이 백전노장들의 갖가지 경험을 들으면서 가슴으로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통해 굶주림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깬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나도 세계 도처에서 겪고 있는 굶주림은 식량 부족, 인구 과잉, 그리고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양곡의 양은 60억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홍수나 가뭄 등 아무리 큰 재해가 생겨도 시장에는 먹을 것이 있기 마련이므로 돈만 있으면 식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굶주림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빈익빈, 부익부라고 한다.

가난한 농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경작할 토지를 소수의 부유층에게 빼앗긴 뒤, 아주 높은 소작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지으면서도 정작 자기 식구들의 배를 채울 수 없게 된다. 또한 도시의 빈민들 역시 비참한 저임금으로 가족 전부가 하루 한끼를 먹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잘못된 농업정책이 온 국민을 굶주림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일도 아주 흔하다. 내가 재작년에 식량구호를 갔던 남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가 좋은 예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의 곡식창고라고 불리며 수십년 동안 막대한 양의 곡식을 수출했던 나라다. 그런데 무가베 대통령이 대규모 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장주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모두 추방해, 그해 옥수수 소출이 전무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국제 구호단체의 식량 배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뭐니뭐니해도 굶주림의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이들에게 굶주림이란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과 다름없다. 먹지 못하면 질병에 대한 면역이 뚝 떨어져 감기나 설사 따위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산다 하더라도 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성인이 되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단다. 내가 만났던, 머리카락이 탈색되어 노랗고, 팔다리가 꼬챙이처럼 가늘고, 튀어나온 헛배에 실핏줄이 선명했던 아이들 모두 이런 아이들이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약 8억명이 이런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하루에 굶어죽는 어린이의 수가 무려 3만4천명이란다.

그 3만4천명 중, 분명히 북한의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거다. 2월 말, 세계식량계획(WFP)에서는 돌연 북한 어린이와 노인 등 450만명에게 하던 식량 배급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추가 식량지원이 없으면, 춘궁기를 넘겨야 하는 북한에서 대규모 긴급구호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누구 하나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지난주 우리가 몽골에서 배분했던, 대만정부가 제공한 1만t의 쌀도 애초에는 북한으로 갈 쌀이라고 한다. 막판에 북한을 돕지 말라는 외부의 정치적 압력으로 보낼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기가 막힌다. 사람이 저렇게 서서히 죽고 있는데 그 많은 인도적 구호단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입만 열면 인권, 인권 하지만, 사람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권리는 살아 있을 권리 아니겠는가. 아니 남 말 할 것도 없다. 저렇게 곤궁에 처한 북한의 어린이들을 두고, 남부 아프리카로, 몽골로 식량 배분을 다니고 있는 내 처지가 몹시 민망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탄핵과 총선에 온 국민의 신경이 쏠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다. 세상에는 모두가 먹고도 남을 충분한 식량이 있는데도 말이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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