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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2.19(목) 18:03

‘30초’의 지진이 앗아간 것들


여기는 이란 남부 밤시. 단 30초 동안의 지진이 인구 10만명 중 4만3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의 현장이다.

도시는 융단폭격을 당한 듯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흙벽돌로 만든 전통가옥은 고스란히 내려앉았고, 철근을 넣은 건물도 엿가락처럼 휘어져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이런 상황에는 산들바람만 불어도 위험천만인데, 아직 하루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여진이 있다고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너진 집 앞에 천막을 치고 지내고 있었다. 적신월사 등 구호단체들이 나눠준 수천 동의 하얀 천막이 길 양 옆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난민촌 같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지만 변변한 옷가지도 덮을 것도 없다. 덮을 것은커녕 끓여먹을 식량도 연료도 없다. 천막촌에는 부모 잃은 아이, 자식을 앞서 보낸 부모가 수두룩하다. 살아남은 이들은 나이든 노모, 만삭의 며느리, 아장아장 걷는 돌배기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다. 주민 450여명 중 겨우 90명만 산 동네도 있다. 이 동네 초등학교의 한 학급 25명 중 목숨을 건진 아이는 단 한 명, 선생님들도 거의 사망해 수업을 못하고 있었다.

11살의 모하메드. 엄마·아빠와 6형제 중 여동생과 단둘만 살아남았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 아이는 당시의 상황을 영화처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새벽에 갑자기 집이 몹시 흔들리면서 벽돌이 머리 위로 마구 떨어져 내려, 재빨리 같이 자던 동생을 데리고 집 밖으로 빠져 나왔단다. 그 순간 집이 와르르 무너졌고, 벽돌더미에 묻혀 있는 나머지 식구들이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도했으나 3일 만에 동네 친척이 주검을 찾아내어 장례절차도 없이 근방의 공동묘지 한 구덩이에 함께 묻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남 얘기하듯 덤덤하던 모하메드가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옆에 있던 여동생의 손을 꼭 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 동생은 엄마·아빠 대신 내가 잘 돌볼 거예요.”

이 말을 듣던 여동생이 울음보를 터뜨리니까 자기의 굵은 눈물은 주먹으로 대충 훔쳐내고는 동생의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주며 아이를 달랬다.

“나다레, 나다레!”(괜찮아, 괜찮아)

지진이 나기 전, 밤 시는 페르시아문명의 아름다운 유적인 밤 성채와 돔 모양의 전통 가옥과 꿀보다 단 대추야자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세 가지 모두 사라졌다. 밤 성채는 80% 이상이 파괴되어 관광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며, 최대 수입원인 대추야자 농사도 이번 지진으로 관개수로가 망가져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어두운 것이 또 있다. 앞으로 한동안 텐트생활을 해야 하는 주민들의 위생문제다. 텐트 주민들은 마을 가운데 흐르는 개천 물로 설거지를 하고 거기에 소변도 본다. 깨끗한 생활용수와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날까지 더워지면 전염병이 돌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다. 가까스로 살아난 사람들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호단체들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가 일하는 구호단체에서는 지진 직후부터 1500 가정에 식량과 텐트 등 긴급 구호물자를 활발히 나눠주고 있다. 또한 관개수로 복구, 임시 학교시설 지원, 간이 화장실 및 샤워시설 설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도 마련하고 있다. 각국에서 온 구호단체 요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밤시를 복구하려면 적어도 십년은 걸릴 거라고. 안타깝게도 인도적 구호단체들의 지원이 언제 끊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 곳곳이 선거열풍에 휩싸여 이런 대규모 인명참사에는 눈도 깜짝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사는 나라, 힘있는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세상이 이렇게 잠잠할까

큰 힘은 없지만, 아직 통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이 도시에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라도 조금만 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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