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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14(수) 18:12

책이라는 밥상


새해가 시작되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일기장이나 새 수첩 뒤에 세로로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를 적어 넣는 일이다. 일년간 읽은 책 제목으로 채워질 독서목록표인데, 올해에도 100권의 책을 꼭 읽겠다는 새해다짐이기도 하다.

일년에 책 백 권 읽기. 이건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키고 있는 생활의 원칙이다. 둘도 없는 단짝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친구와 올해부터 죽을 때까지 일년에 책 100권 씩 읽자고 굳게 약속했다. 100살까지 살아도 평생 만 권도 읽지 못하는 거라며 인간의 짧은 생애를 탓해가면서. 그때 우리가 고안해 낸 것이 이 독서목록표다. 한 권 읽을 때마다 한 칸씩 채워 가는 재미로 그 한해를 보냈다. 친구가 나보다 먼저 100번까지 끝낸 것이 분해서 며칠 밤을 새워 마지막 2권을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친구와의 약속처럼 반드시 한해에 100권 이상을 읽겠다고 마음먹어도 해마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대학입시에 떨어진 해처럼 두 배로 읽은 적도 있지만, 세계여행중이거나 긴급구호 현장에서는 한 달에 2~3권 읽기도 어렵다. 그러나 독서목록표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만들고 있는데, 연말에 일기장과 더불어 그 해 읽었던 책제목을 훑어보는 재미가 아주 짭짤하다.

책 읽는 재미만큼 권하는 재미도 크다는 것은 몇 년 전에 알았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내준 책으로 사설도서관을 차려놓고 본격적으로 책 권하는 일을 했다. 이름하여 419도서관. 내가 묵던 방 번호가 419호이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주로 한국유학생이나 중국동포인데 인기 만점이었다. 누가 유학생들은 책 안 읽는다고 했던가. 대출장부로 두꺼운 대학노트 한 권을 다 썼을 만큼 부지런히 빌려갔다.

책 빌리러 온 학생들의 독서상담이 인생상담으로 넘어가며 공부해야 할 시간을 무한정 잡아먹었지만 그래도 참 기뻤다. 좋은 책 권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도움을 준 것보다 기분 좋고, 내 덕에 책 읽는 재미를 붙였다는 말을 들으면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뿌듯했다. 그래서 지금도 책 추천이나 새책의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은 아무리 바빠도 거의 무조건 들어주게 된다. 책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공익근무’라는 생각이다.

책 쓰는 재미도 이에 못지 않다. 남의 책만 읽고 권하던 내가 어느덧 6권의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첫 책은 정말 얼떨결에 썼다. 세계일주중,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먹은 말라리아 예방약 부작용 때문에 간이 몹시 상해 여행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 치료차 쉬고 있는 동안 쓴 책이 바로 <바람의 딸> 시리즈의 1권이다. 친구에게 얘기해 주듯 써 내려간 사람 중심의 오지여행기가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책은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도구라는 말도 새삼 깨달았다.

책을 낸 후 소위 팬클럽도 생겼다. 책 읽는 것이 전염되는지 우리 회원들 사이에도 ‘일년에 백권 읽기’ 바람이 불고 있다. 내 책 중 2권이 대한민국 60만 국군의 필독도서인 진중문고로 선정된 뒤 군인들도 나를 “비야 누나”라고 부르며 아주 살갑게 대하고 있다. 낯모르는 독자에게 “고맙습니다. 달라진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으면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것이 작가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일 거다.

“책 또 안 쓰세요”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독자들에게 최고의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 당장 허기만 면하는 컵 라면이 아니라, 싱싱한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예쁜 그릇에 담아 내어놓는 밥상 같은 책 말이다. 그래서 내 경험이 더 풍부해지고 생각이 완전히 무르익어 더 이상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다. 어떤 책이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책을 읽든 권하든 쓰든 간에,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틀림없는 진리인 것 같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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