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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8(목) 19:17

2번과 3번 사이


“좋은 일 하십니다!”

지난주 등산하는 내내 이 소리를 들었다. 조난자 구조나 산불 진압 같은 거창한 일을 한 건 아니고, 쓰레기를 줍고 다녔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는 하산길에 한 봉투 주워서 산 입구 매표소에 갖다 주면 입장권을 한 장씩 주었다. 그때는 그 공짜 입장권이 탐이 나서 열심이었는데 그 제도가 없어진 요즘에도 기분 내키면 이렇게 한번씩 줍곤 한다. 확실한 건 처음에만 조금 망설여지지, 줍기 시작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나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도 좋고, 오가며 보는 사람도 좋고, 칭찬 들으니 좋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산에도 좋은 일이니 말이다. 이게 바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엽전 줍는 일 아닌가.

쓰레기에 관한 한 산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1. 쓰레기 버리는 사람 2. 버리지는 않지만 줍지도 않는 사람. 3. 버리지 않을뿐더러 줍기까지 하는 사람. 이걸 세상에 대입해 보면 이렇게 될 거다. 1. 남에게 해가 되는 사람 2. 해도 득도 되지 않는 사람 3. 득이 되는 사람. 과연 나는 몇 번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1번으로는 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3번과는 거리가 먼 2번의 삶을 아주 오래 살고 있다. 한때는 2번으로 사는 게 가장 현명하고 속 편한 일이라고 여긴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3년째 구호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은 3번의 삶이 훨씬 멋지고 값지게 느껴진다. 행복의 질량과 강도도 2번과 비교할 수 없게 높게 보인다. 게다가 그런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니 대단한 희생이나 봉사정신이 필요한 것도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나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이 그런 일이다.

한해의 마무리인 요즘, 올해 있었던 마음 흡족하고 흐뭇했던 일을 생각해보았다. 직장 일로는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긴급구호팀장으로 일년 내내 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이라크 등 세계의 분쟁지역만 골라 다니며 구호활동을 벌였다. 특히 이라크 전후 복구 식수사업을 통해 7만5천여명의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한 것이 올해의 주요 업적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개인적인 사건’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1월 초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아주 사소한 일이다.

내용인즉 이렇다. 공항에서 허름한 차림의 50대 중국 여자가 몹시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대뜸 중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뭔가 대단히 절박해 보였다. 나는 한국 사람이지만 중국말을 할 수 있다고 하자 비행기표를 보여주며 갈아타야 할 비행기가 언제 어디서 떠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자기는 남아공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중인데 비행기 삯은 친척들에게 큰 빚을 내어 마련한 것으로 이 비행기를 놓치면 고향에도 못 돌아간다며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비행기표를 보니 출발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급한 김에 아줌마의 손을 잡고 쏜살같이 길게 늘어선 줄을 마구 새치기해서 체크인 하고, 탑승구까지 뛰어 가까스로 출발시각에 댈 수 있었다. 탑승 직전 그 아줌마, 정성을 듬뿍 담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니쓰 티엔라이더 티엔쓰!”(당신은 하늘에서 온 천사입니다.)

아, 천사라니. 누군가에게 이렇게 진지하게 천사라고 불려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생명을 구해준 것도 아니고 아주 작은 도움을 주고서 그런 말 듣는 게 쑥스러웠지만, 신년벽두부터 멋진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무진장 좋았다. 중국어를 배워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도 뿌듯하다.

이렇게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자기 맘에 내키는 만큼, 도울 수 있는 방법으로 도우면 되는 거 아닐까 타인과 더불어 행복한 삶, 그것이 결국 3번의 삶이 아닐까 한다. 내년은 서기 2004년, 한글로 풀면 ‘이 천사’가 된다. 밝아오는 2004년,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작은 천사가 되어주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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