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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5:59

이라크는 지금 전쟁중


“빨리, 빨리. 3분 안으로 빠져나가야 돼.”

안전담당이 사무실에 있는 우리에게 소리친다. 황급히 여권과 방탄조끼만 챙겨 나오는 순간, 우리 건물을 향해 시커먼 폭탄이 날아들었다.

“슈우욱. 꽝”

“엎드려!”

“아아악!”

어젯밤에도 전쟁터에서 도망 다니는 꿈을 꿨다. 티셔츠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까지 흘렸다. 3주일 전 이라크 파견근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부터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내가 일하던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는 이런 비슷한 일이 매일 일어났다. 미군 정찰차가 수류탄 공격을 받아 운전병과 함께 불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고, 숙소 맞은편 유엔 건물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콩 볶는 듯한 다발 기관총 소리를 밤새도록 들어야 했다. 물자보관 창고에 불이 나고, 우리 사무실에도 언제까지 떠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편지가 날아들었다. 사정이 이렇게 절박해도 치안유지를 담당해야 할 점령군은 속수무책이다.

이라크 제3의 도시 모술은 두 달 전, 후세인의 두 아들이 피살된 곳이고 후세인 정권의 2인자와 국방부장관이 체포 및 투항했던 곳이다. 사담 후세인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을 만큼 후세인 충성세력의 집결지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군은 이 불온세력 소탕을 위해 대대적인 군사작전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 세력은 특유의 게릴라성 공격을 더욱 격렬하게 벌일 것이다. 당분간 이곳이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모술에는 이태원을 방불케 할 만큼 미군들이 많다. 대로는 물론 골목에서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총부리를 행인들에게 겨누며 지나가는 미군 정찰차를 만나게 된다. 현지인들이 이런 미군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싸늘하다. 내가 석달 동안 만난 무수한 사람 중 미군이 이라크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주둔한다고 믿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미국은 오로지 이라크의 석유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속내를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이 입만 열면 ‘이라크 국민을 위해’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나 가증스럽다고 했다.

이렇게 이들의 반미감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심지어 미군이 동네 여자들을 납치해서 성폭행한다는 악성 소문이 파다했는데, 얼마 전 〈알 자지라〉 방송이 전쟁 이후 적어도 400명의 여자들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 다음날 우리 현지 직원들은 소문이 이렇게 사실로 입증되었다며 경쟁적으로 미군에 대한 살의 어린 발언을 하느라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직도 많은 이라크인들은 모든 외국인, 특히 서양인을 미군의 협력자로 오인하고 있다. 유엔도, 국제 구호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목숨 걸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긴급구호 요원에게까지 공격과 협박을 가하는 거다. 우리 같은 민간인에게도 총알이 날아드는 판에 군복 입고 총 든 사람을 가만히 둘 리 만무하다. 그래서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하면 모술지역에 주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렇게 되면 우선 우리 군인들의 인명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전투병이라도 실제는 치안유지군 구실을 하게 될테니 괜찮다는 의견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여기는 아직 전쟁중이다. 최신 무기로 완전무장한 미군들도 매일 죽어나가는데 한국군이라고 크게 다를 수가 없다.

또한 나는 매일 대하는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아주 난감하다. 이라크 국민의 요청도 없는데 우리가 자진해서 이라크인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왔노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파병을 둘러싼 찬반 토론에 미국과 한국의 이해관계만 있을 뿐, 정작 ‘도와주러 가는’ 이라크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까는 관심 밖인 현실이 안타깝고 곤혹스럽다. ‘미국은 석유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한달 뒤 다시 모술에 가서 근무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래서 마음이 방탄조끼보다 더 무겁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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