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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10.31(일) 19:07

특혜 중독증


강원도 화천군에 ‘이외수 문학공원’을 조성 중이라 한다. 시·군 차원에서 문인을 유치한 첫 사례로,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된 소설가 이외수의 문학적 성과와 그만의 독특한 정서적 아우라를 화천군의 자연자원과 결합해 문학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지역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단다. 지난 40여년 춘천에 머물면서 안개, 호반과 함께 그곳의 한 상징이 되었던 이외수의 이력을 돌아보면 허황된 기대도 아니다. 나는 화천군의 남다른 접근법과 과감한 결정이 유쾌하다. 현존하는 작가라는 이유 때문에 몇몇 사람은 ‘이외수 문학공원’에 대해 ‘특혜’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는데 단어의 쓰임새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말은 특혜가 만성화되어 거의 ‘특혜 중독증’에 이른 서울특별시민에게나 합당한 표현이다.

서울에서도 특정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잣대를 지나치게 일반화시킨다고 억울해 할 시민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보기에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들은, 태어나는 순간 자신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여자에 비해 특별한 기득권을 부여받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특혜에 길들여진다.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을 주로 정치적 관점에서만 ‘감상하는 듯한‘ 서울시민의 의식속에 지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대통령의 말처럼 ‘획기적인 지방발전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우리나라 구직자 중 3대 약자에 장애인, 여성과 함께 지방대생이 거명될 정도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에게 지방의 문제는 한다리 건너 딴나라 얘기다.

추석같은 때 귀향의 영향으로 오랜만에 서울이 한적해지면 ‘이 상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톨게이트를 막아버렸으면 좋겠다’는 농담들을 곧잘 한다. 물론 자신이 서울이라는 지역안에 있음을 전제로 한 우스개소리다. 내가 지방에 가있는데 가공할만한 특별법의 발효로 어느날 갑자기 서울에 들어올 수 없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공상이다. 소풍가는 돼지 가족의 잘못된 셈법처럼 전형적인 ‘나는 빼고’ 정신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혜택을 독식하는 구조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이들은 독식의 구조를 자각하지 못한다. 특혜에 중독되어 생긴 내성때문이다. 어디서나 특별 대우를 받는 한 톱스타는 외국에 나가게 되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돼 편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보통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에 자기도 모르게 부아가 치미는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나는 서울특별시민들이 특혜에 중독돼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받는 일을 일종의 박탈로 여기는 심리구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한 언론에 따르면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관의 면면은 ‘서울에 사는 엘리트 법조인’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고 전직 재판관 19명 중 1명만이 퇴직 뒤 지방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단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특별한 인물들의 거주행태 거의 전부가 그런 식이다.

화천군의 인구는 서울시 공직자 수보다도 적다. 그렇지만 규모가 작다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소망이 서울시민의 그것과 다를리 없다. 화천에 ‘이외수 문학공원’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한 한 독자는 춘천에 이외수가 있어서 그곳이 그리움의 대상이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저의 그리움이 옮겨지겠군요.” 내가 아는 어떤 이는 강준만교수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방과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전북대학을 권하기도 한다. 특별한 인물들이 입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지방정착을 실현해 한 지역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 지역균형 발전을 앞당기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의 그리움이 더 많은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는 환경을 소망한다. 각 지자체가 수도권과 동등한 조건 속에서 개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도권의 전폭적인 심리적 지원을 바란다. 특별시민들이 자신들의 ‘특혜 중독’을 자각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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