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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6.06(일) 17:29

노 대통령, 우리를 설득해달라


올해 2월 노대통령은 자신과 청와대의 탈권위적인 풍경을 주제로 기사를 쓴 한 기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대통령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추구하는 탈권위적 가치를 짚어낸 데 대한 반가움의 표시였을 것이다. 실제로 노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 상층부는 수십년 간 지속돼온 권위주의 체계가 한 순간에 깨지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일부 수구언론들은 탈권위가 대통령의 무권위로 이어진다며 트집을 잡긴 했지만 그들도 노대통령이 탈권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노대통령에게서 살벌한 권위주의의 기운을 느낀다. 파병문제에 관한한, 대통령 노무현의 권위주의는 절망의 수준이다. 얼마전 부시 미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국민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지만 나는 파병과 관련해 노대통령이 국민을 설득하는 진지한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의 권위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실무책임자가 나서도 상관없을 사안에서까지 대국민 설득을 중시하는 노대통령이 정작 국가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국민을 직접 설득해야 하는 전쟁개입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서는 참모의 입을 빌리거나 두리뭉술로 일관하는 듯한 느낌이다. 노대통령처럼 명분과 논리가 중요한 사람에게 이라크 파병같은 명분없고, 비논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설명하는 일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니까 ‘파병을 했다고 반드시 미국에 굴종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혀 노무현답지않은 궁색한 논리가 등장한다. 누가 미국과의 오기싸움에서 이기기위해 추가파병을 반대한다고 했던가. 돈많고 힘센 사람의 부탁을 받아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이유없이 죽이는 일에 동참해야 하는 국민들의 복잡하고 절망적인 심정을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파병을 반대하는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노무현이란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라면 파병반대의 선봉에 섰을 게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나도 그렇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추가파병을 강행한다. 한술 더떠 자신을 지지한 사람들 중 일부가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현상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울 것’이라고 제3자의 화법으로 자신의 심중을 토로한다. 모든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대통령 의견에만 집착하는 ‘대통령 중독증’도 문제라지만, 적어도 파병문제 있어서만큼은 대통령 노무현의 결심이 파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정확한 속사정도 모른 채 무턱대고() 파병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무척 갑갑할 것이다. 북핵문제, 경제문제, 주한미군문제 등 드러내고 말할 수 없는 고급정보를 수두룩하게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이른바 고급정보를 가진 이들의 상투어는 ‘말못할 사정’이다. 어느 안보관계자처럼 “외교 안보 사안 중 상당부분이 고백하지 않을 때 효과가 있고 고백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파병문제에 관해 입을 다무는 식이다. 하지만 때로 고급정보라는 것은 정책결정권자들이 자신의 부족한 논리를 감추는 그럴 듯한 도구가 된다. 만천하에 드러난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도 미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고급한 정보에서 시작되었고 부시는 그런 고급정보를 밑천삼아 침략전쟁을 정당화시켰다.

반전평화팀 일원으로 이라크 전장에 다녀온 소설가 오수연씨는 ‘(이라크에) 가기 전하고 똑같은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란 미사일이 쿵쿵 떨어지는 순간만이 아닙니다. 전쟁 때문에 삶이 비틀리고 질식당하는 모든 과정이 전쟁입니다. 외국군은 침략군이 될 수밖에 없는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한국도 전쟁국가이며 우리도 전쟁 중입니다. 그런데도, 의문조차 갖지 않고 전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권위적 노무현이 아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문제와 관련해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나는 그게 몹시 궁금하다. 우리를 설득해달라.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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