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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3.14(일) 21:01

당신들은 미쳤다


의회 쿠데타라고까지 표현되는 야3당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보면서 한 시인은 ‘나는 총을 들고 싶었다’고 절규한다. 그의 목소리는 바늘처럼 가슴을 찌른다. 하지만 부당한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친노그룹의 과격한 정치행동으로 규정하는 수구언론의 작태는 여전하다.

지난 토요일 한 조간신문 데스크 칼럼의 제목은 ‘이제 다들 제자리에 앉자’였다. 탄핵안이 가결된 전날의 여의도 거리가 친노·반노 단체들의 격렬한 집회로 갈렸다며 ‘나라의 두 동강 현상’을 걱정한다. 아직 이 어처구니없고 끔찍한 의회 폭거에 대한 최소한의 분노의 감정조차 표출하지 못했는데, 그럴 시간조차 없었는데 이제 그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들 제자리에 앉으란다.

그 칼럼이 게재된 주말 저녁 이후 광화문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탄핵 가결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수구언론들은 이제 다들 제자리에 앉아야 할 시점이라고 계몽하지만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다들 앉은 자리에서 떨쳐 일어날 때라고 믿는다는 한 증거다.

촛불시위에 나선 이들은 야당이 ‘대통령 노무현’을 탄핵해서 거리로 나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들 이익에 따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다. 야당과 수구언론은 그들 전체를 친노그룹으로 매도하거나 특정 정당 총선전략의 일환으로 몰아붙인다.

작금의 사태는 국민들이 탄핵 사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대 야당 대표의 훈시가 나오는 지경이니 그런 발상이 당연하다.

거의 모든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70% 이상은 이번 탄핵안 가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탄핵안 발의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국민의 대다수는 노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하지만 탄핵에는 반대한다고 말해왔다.

경호권까지 발동하며 탄핵안을 성공적으로 가결시킨 국회의장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다수결이라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야 3당은 자기들 이익을 국민의 뜻이라고 우겨대면서 193명의 힘으로 대다수 국민의 의사를 짓밟았다.

일부 언론은 탄핵안이 가결되던 의사당의 풍경을 전하며 늘 하던 대로 ‘표결강행과 육탄저지의 난장판 국회’라고 싸잡아 매도했지만 절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개처럼 끌려 나가는 의원들을 보며 가슴이 터질 듯한 분노를 느낀 국민이 절대다수였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어떻게 그리 말하는가.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득의만만하고 들뜬 표정으로 서 있던 야 3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의사당 앞에서 ‘국회는 미쳤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살다 보면 멀쩡하던 사람이 정신착란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정신병은 현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인 ‘현실 검증력’에 손상이 온 경우를 말하는데 이것이 정상인과 정신질환자의 변별 포인트다.

그런 상태가 되면 용납할 수 없는 자기 내부의 문제를 외부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 ‘투사’라는 병적 심리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며 그것은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등의 형태로 발현된다.

현실 검증력이 손상되는 구체적 계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모든 경우를 관통하는 근본 축은 ‘자아소멸의 심각한 내적 위협을 느낄 때’이다. 내가 부서져버릴 것 같은 느낌, 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극단적인 존재감의 위협이 현실 검증력을 교란시켜 정신병적 상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의 탄핵안 가결은 그런 자폐적 구도에서 발생한 착란증세처럼 보인다. 정치적 자기와 본래의 자기를 지나치게 동일시해 온 사람들이 심각한 직업적 위협을 받게 되자 내가 소멸해 버릴 것 같은 극단적 위기감에 정상범주를 벗어난 행동을 보인 듯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끔찍하고 비상식적인 짓을 이해할 길이 없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193명의 의원들이여, 당신들은 미쳤다. 정신과 의사로선 좀 성급한 발언이지만 공화국의 한 시민으로서 이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서 나는 그렇게밖에 달리 말할 도리가 없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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