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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5.01.09(일) 18:32

자연재해와 빈곤


이번 인도양 일대에 들이닥친 지진해일은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문명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이 자연에 대해 저지른 무자비한 파괴행위에 대해 묵묵히 참아왔다가 일거에 복수를 한 느낌도 없잖다. 그런데 왜 이러한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희생자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인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의 피해자들도 늘 가난한 사람들인가? 여기에는 틀림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이번 참사에는 부유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놀러왔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지 어떤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 그리 된 것은 아니다.

분명 인간의 대응능력을 넘어선 자연재해였지만 잘못된 사회구조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가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 잘못된 사회구조란 다름아닌 자본주의적 세계화이다. 인도양의 해안은 서구인들에게 최상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들 아름다운 해안에 세계의 자본이 몰려들어 본격적인 휴양지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바닷가의 울창한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들이 사라져갔다. 맹그로브숲과 산호초는 해일을 막아주는 천혜의 방어벽인데 그것이 다 없어진 것이다. 휴양지 개발 외에 인도양에서 맹그로브숲의 최대 천적은 서구의 미식가들을 위해 해안가에 무수히 만들어진 왕새우 양식장이다. 이런 마구잡이 개발로 인해 지난 20년 간 타이 해안의 맹그로브숲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해안가에는 숲과 산호초말고 또다른 방어벽이 있다. 모래언덕과 강이다. 그러나 모래언덕은 깎여 나가 골프장이나 쇼핑몰이 들어서지 않으면 해안도로로 변하였다. 강은 그 깊이로 인해 육지로 들어온 물이 그리로 흘러들어가야 하나 산의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 결과 토사층이 쌓여 거의 평지처럼 되어버렸다. 결국 해안선을 침범한 해일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육지를 휩쓸고 다녔던 것이다.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가장 큰 특징은 빈부의 양극화이다.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난한 나라의 해안도시 어디를 가나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호화로운 시설물 주위로 가난한 사람들의 거대한 슬럼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다. 세계화 아래서 가난한 소농의 운명은 거의 정해져 있다. 지어봐야 손해만 나는 내륙의 농지를 팔아버리고 해안가 도시나 휴양지로 내려와 날삯 노동자가 되거나 관광객을 상대로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것이다. 전망 좋고 숲이 우거진 번듯한 곳은 땅값이 비싸 감히 쳐다볼 엄두도 못내는 이들은 생존의 터전인 도심에서 가까운 곳으로 수시로 물이 드나드는 저지대에 허술한 집을 짓고 사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가난한 사람들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자연재해를 맞이한다.

끔찍한 재난이야말로 강자에게는 영향력 확대를 위한 좋은 구실이 되는 모양이다. 서구 열강들이 남에게 질세라 구호기금의 액수를 경신하고 있다. 좋은 일을 위한 경쟁을 두고 굳이 뭐라 하고 싶지 않지만 그 많은 돈들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유독 희생자가 많았던 독일에서는 비록 참상의 흔적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관광수입에 의존해 살고 있는 현지인들을 위해 지속적인 관광을 독려하는 ‘사려깊음’을 보이기도 한다. 참으로 눈물겨운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구호기금이 예전의 잘못된 사회구조를 회복·강화시키는 데 쓰이는 것을 반대한다. 서구의 세계화론자들이 노리는 것은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통한 수탈구조의 강화에 있다. 구호기금은 그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의 양심적인 사회운동단체와 피해국의 민간기구(엔지오)들은 철저히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서서 구호기금이 생태계의 보전과 사회정의의 회복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감시해야 한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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