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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7.18(일) 16:55

군화와 고무신의 차이


흔히들 병영 안에서의 폭력을 비유하는 말로 “워커발로 쪼인트 깐다”라는 표현이 있다. 두툼한 신발 밑창이 밖으로 툭 튀어나온 군홧발로 날이 선 촛대뼈를 사정없이 후려친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군화란 원래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다. 거친 전쟁터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워낙에 튼튼하고 견고하다 보니 함부로 휘두르는 발이 때로는 무기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군화를 신고 산 속 농장에 오를 일이 생겼다.

사실 산에 오르는 데 견고성으로 말하자면 군화나 일반 등산화나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군화 쪽이 좀더 중무장한 느낌이 들 뿐이다. 잘 닦여진 일반 등산로를 벗어나 키 작은 수목과 돌들이 가득한 계곡으로 들어섰다. 군화의 견고함을 믿고 거침없이 휘젓고 나아간다. 발밑에서 어린 나무줄기와 풀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키가 큰 갈대숲도 울퉁불퉁 돌밭도 문제가 아니다. 우지끈 뚝딱 마구 밟고 지나간다. 요란하게 들리는 파쇄음(破碎音)에 자못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천하무적!”,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이렇게 밟아 주리라!”, “고지가 바로 저긴데!” 입에서 이런 말들이 저절로 주억거려졌다.

며칠 뒤 이번에는 고무신을 신고 같은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일부러 그리 한 것이 아니라 고무신을 신고 근처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내처 그곳까지 가게 된 것이다. 얇은 고무 밑창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굴곡과 작은 돌들의 속삭임이 정겹게 느껴졌다. 무심코 제법 큰 돌의 모서리를 밟은 모양이다.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딛고 다니기 쉬운 길을 골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군화를 신고 갈 때보다 더 세심히 주위를 살피게 되었고 발놀림도 조심스러웠다. 장시간 산행이 곤란하니 개울을 만나면 물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쉬고, 너럭바위를 만나면 바위에 걸터앉아 쉬게 되므로 자연히 동행한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고무신을 신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않으면 다친다는 것, 그리고 겸손한 만큼 자연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산 밑으로 내려와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과 도로를 낸다고 산을 마구 허물고 있는 중장비들을 본다. 지금 우리는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중무장을 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마치 군홧발은 거침없이 잘 가고 있지만 그 속에 있는 발은 땀에 전 채 무감각하게 뒤따라가는 꼴이다. 결국 햇빛 한번 보지 못한 창백한 발은 무좀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언젠가는 목발 신세까지 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에 고무신은 비록 빨리 가지는 못하지만 주위의 모든 기운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걷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다. 군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특성을 가졌다면 고무신은 조화를 추구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특성을 가졌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는 지난 50년 동안 군화를 신고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군화를 신은 사람들이 그 기간의 대부분을 지배했었고, 안타깝게도 민간인 정부가 들어선 지 십여 년이 지났건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군화를 벗어버릴 분위기가 아니다.

오로지 달성해야 될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첨단 장비들 만이 우리의 관심이다. 그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주변의 인간관계는 다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목표를 달성해서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가지고 파괴된 자연과 인간관계를 복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들의 대부분이 돈으로서는 살 수 없거나 복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웃지 말고 한가한 날 집 근처로 산보를 나가거나 근교의 시골 집엘 방문하게 되면 고무신을 한번 신어보자.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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