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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6.20(일) 16:52

재앙 경고(혹은 회복 불능의 보복)


한번 다음과 같은 차량충돌 실험을 상상해 보자. 승객을 가득 실은 차량 하나가 시속 100㎞의 속도로 곧게 뻗은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다가 갑자기 앞을 가로막은 콘크리트 방벽에 정면 충돌한다면 어찌 될까 한편 같은 조건의 다른 차량이 구불구불 굽이가 많은 지방도로를 시속 40㎞로 달리다가 같은 콘크리트 방벽에 부딪친다면 결과는 물어보나마나일 것이다. 전자와 같은 사고에서 승객이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울 것이다. 바야흐로 장마철에 접어드는 이때에 이와 똑 같은 재앙이 전국의 하천에서 벌어질 것이 예상되어 이 글을 쓴다.

지난해에 태풍 매미가 몰고 온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의 주요 하천과 계곡 언저리가 유례없는 피해를 입었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공사가 지난 1년 동안 쉼 없이 전개되었다. 우려스럽게도 벌써 장마철에 접어들었는데 어떤 곳은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늑장공사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천편일률적으로 행해진 콘크리트 직강(수로)공사이다.

얼마 전 경상도 쪽 지리산의 수려한 계곡에 멋진 황토집이 매물로 나왔다기에 구경삼아 가 보았다. 계곡의 물가에 그야말로 환상적인 황토집이 그린 듯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울타리 바로 옆으로 흐르는 개울을 보고 이 멋진 황토집의 주인이 왜 집을 내놓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멋진 집을 지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에 이끌려서 이 높은 곳에까지 올라와 수고를 하였을 터인데 하루아침에 자연스런 바위 계곡이 도시 변두리 어디에서나 봄직한 콘크리트 수로로 바뀌었던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산꼭대기에서 산 아래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수로를 만들어 놓았다. 자연을 찾아 산 속에 들어온 이유가 무색해진 것이다. 자연경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만약에 산 위에서 바위라도 하나 구른다면 수로를 타고 겁나게 굴러 내려갈 것이 틀림없었다. 물줄기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강폭이 넓어지면서 드문드문 공사중인 다리가 나타났다. 한켠에 부서진 교량 상판이 나동그라져 있는 공사장에 들러 쉬고 있는 인부에게 물었다. 기가 막혔다. 작년에 10억원을 들여 간신히 교량 상판을 올렸는데 집중호우에 이렇게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물의 힘으로 파괴된 것 치고는 모습이 너무 처참하였다. 홍수에 떠내려 온 통나무와 바위덩어리가 들이받아서 그리되었다는 것이다. 직강공사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뿐만 아니다. 계곡의 만곡부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방벽은 예외 없이 폭탄 맞은 것처럼 구멍이 파여 있었다. 모두가 물 속에서 고속 주행하던 이물질들이 정면 충돌한 흔적이다.

이 나라의 많은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직강공사와 제방공사를 지역의 숙원사업으로 알고 있다. 지긋지긋한 홍수로부터도 벗어나고 농경지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직강공사는 집 앞의 침수피해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재앙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먼저 위에서 본 것처럼 교량과 하천방벽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그리고 직강공사는 물의 유속과 유량을 급속히 증가시켜 중하류 지역의 저지대는 대피할 시간도 없이 침수피해를 입기 쉽다. 게다가 이 공사는 하천유역을 완전히 파 뒤집어 놓음으로써 하천생태계를 유린한다. 어떤 지역은 공사 후 어류의 70%가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하천의 식생이 파괴되고 유속이 빨라져서는 물의 정화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하천의 자연미까지 덧붙인다면 사치가 될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하천의 모습은 되도록 자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잘 보존된 자연 상태의 하천이 우리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혜택은 잠시 동안의 침수로 인한 피해를 훨씬 능가한다. 오로지 인간의 편리와 이익을 좆아 공사를 강행하면 자연은 틀림없이 보복을 하게 되어 있다. 그것도 거의 회복 불능의 보복을!

황대권/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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