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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5.23(일) 17:19

조각난 풍경


가끔 초현실주의 사진 작품전에 가보면 멀쩡한 풍경 사진을 조각내어 관객의 눈으로 재구성하여 보게끔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따로 노는 건물과 도로와 산을 마치 퍼즐을 짜 맞추듯이 보는 사람이 맞춰 보아야 한다. 필자는 유명하다는 국내의 관광명소를 방문할 때마다 곧잘 퍼즐 맞추기의 당혹스러움에 맞닥뜨리곤 한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이지만 풍경을 조각내는 주범은 널따란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 그리고 요금을 받기 위해 둘러친 높은 담이다. 관광객을 더 많이 신속하게 모시겠다는 발상이겠지만 그러한 획일적인 재개발이 관광객을 사로잡는 ‘역사적’ 풍경과 정취를 깡그리 없애버리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필자가 젊은 시절 몹시 좋아했던 남도의 예향 남원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도시 외곽에서 광한루에 이르기까지 시원하게 뚫린 8차선 아스팔트 도로와 시멘트로 온통 칠갑을 한 하천부지가 우선 풍경을 압도한다. 직강공사를 마친 하천은 마치 콘크리트 수조에 담긴 저수지처럼 보인다. 주차료와 입장료를 따로 내고 높게 둘러친 담 안으로 들어가면 그 넓은 공간에 호남 제일루라고 하는 광한루가 하나 달랑 서 있다. 물론 구석진 곳에 춘향의 사당과 월매의 집을 구경삼아 만들어 놓았지만 별다른 구경거린 아니다. 관광객들은 하릴없이 오작교 위에 서서 잉어 구경만 하다가 나오는 수밖에 없다. 땅을 칠 노릇이다. 생각만 같으면 이 모든 것을 다 부숴버리고 30년 전의 남원으로 되돌려 놓고 싶은 심정이다. 적어도 그 옛날의 남원은 광한루와 주변의 오밀조밀한 민가들, 그리고 그 앞의 개천과 야산이 하나로 어우러져 특유의 남도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광한루에 올라 오작교를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내려와 조금 걷다 보면 주민들의 정겨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사이 풀밭을 걷다 보면 산기슭 외딴 곳에 정자가 있었고 거기에서는 풋내기 소리꾼이 고수와 더불어 소리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하나가 되어 ‘남원’이라는 특별한 풍경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름지기 풍경이란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 요소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최적의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의 한 단면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연속성이다. 개개의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큰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굳이 ‘경관(景觀) 생태학’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관광 개발은 정신의 빈곤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자동차를 타고 오는 도시의 관광객들에게서 입장료 챙겨먹을 생각만 하지 진정 무엇이 보고 느낄거리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차라리 입장료를 받으려고 둘러친 담장을 허물고 유럽의 관광명소처럼 도시 자체를 보존 개발하는 것이 수익 차원에서나 도시생태학적 차원에서 볼 때 훨씬 가치가 있다. 광한루라는 누각 하나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은 한번 보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광한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지역주민의 삶과 주변의 연속적인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방문객들은 조화로운 풍경이 자아내는 ‘기(氣)의 흐름’ 속에 동화되어 콘크리트 정글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싼 기름을 버려가며 이 멀리까지 와서 관광객의 호주머니만을 노리는 듯한 어설픈 도시를 만난다면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발음이 신통치 않아서 곧잘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되었던 한 전직 대통령은 어느 자리에선가 대한민국을 관광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는 것이 그만 ‘강간공화국’이라고 말해버려서 웃음바다가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때에도 웃지 않았다. 그런 식의 관광개발은 지역민의 삶과 자연에 대한 ‘강간’이기 때문이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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