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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4.28(수) 17:54

벗겨야 산다


오해하지 마시라. 요즘 유행하는 누드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다. 시멘트로 뒤덮인 우리 땅 이야기이다. 지난주에 농촌실태 조사차 남도의 한 시골을 방문하게 되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수년 전에 안면을 튼 바 있는 동네 어르신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어르신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달포 전에 아들이 새 집을 지어주었다며 자랑스런 표정으로 나의 손을 이끈다. 알루미늄 섀시와 문짝을 달고 붉은 벽돌로 외장을 한 시멘트 슬라브집이었다. 1970년대 이래로 농촌의 풍경을 삭막 그 자체로 몰아넣은 그렇고 그런 집이다. 30년을 넘게 보아왔으니 이제 정이 들만도 한데 그러기는커녕 볼수록 서걱거릴 뿐이다. 집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마당이었다. 귀퉁이에 화단 하나 없이 시멘트로 완전히 봉해버린 것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숨이 컥 막히는 것 같았다. 아아, 이제 우리 농민들도 흙 밟는 일에 진력이 난 모양이다! 시멘트 마당에서 나와 논밭에 이르기까지 길이란 길은 모두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논에서도 트랙터나 이앙기를 타고 일을 하니 거의 흙을 밟을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 옆의 교회당은 어쩔까 싶어서 들여다보았으나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흙 밟을 일이 없어진 농촌이 농촌인가 하는 우울한 생각을 하며 서울로 올라와 미아리에 있는 한 수도회 본부를 찾았다. 인사드릴 일이 있어서였다. 서울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좀 심했다. 상당히 넓은 면적의 마당과 길을 모조리 시멘트로 덮어 놓은 것이다. 시멘트에서도 종교적 영성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수도자들이 모여 사는가 싶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통로 정도만 포장을 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거나 풀밭으로 만들면 훨씬 정감 있는 공간이 될 터인데 그럴 여유와 생각들이 없었던 모양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미적 가치와 생태관념을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 관습이 생겼다. 도시야 그런 반생태적인 기운들이 모이고 쌓여서 그렇다 치더라도 시골에서마저 그런 도시의 행태를 따라가는 것은 서글프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배부른 소리 마라 할지 모르겠으나 저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의 농민들은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게 살면서도 여전히 생태적 품위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마당에 놓여 있는 바위돌 하나, 나무 하나라도 마치 한 식구인 양 살갑게 돌보며 그 주위를 예쁜 풀과 꽃으로 단장했던 조경의식은 어디로 가고 이렇듯 시멘트로 도배질하는 문화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는 필시 획일주의적 군사문화와 편리하고 번쩍거리는 것을 선호하는 천민자본주의가 합작하여 만들어놓은 것일 게다. 지금까지 진행된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이 두 가지야말로 지구 생태계를 위험에 빠트린 장본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주의는 전쟁을 통하여 평화시에는 상상도 못할 자연파괴를 저지른다. 평화시라 할지라도 군사주의가 생태계 보존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군사주의 자체가 적과 적이 살고 있는 환경을 가장 효과적으로 파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천민자본주의는 단 시간 내에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고안된 체제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최대한의 착취와 이용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군사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결합하여 한국민을 사로잡고 있으니 국민소득이 높아진들 삶의 질이 나아질 리 없고, 생태환경이 좋아질 리가 없다.

농가 마당을 뒤덮은 시멘트 덩이를 보며 군사주의와 천민자본주의를 떠올린 것이 과민반응일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그러한 세월을 살아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후손들이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사회적으로 건전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면 그것을 시멘트 벗겨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연예인들을 벗겨서 이득을 보는 이들은 천민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이 땅의 시멘트는 벗기면 벗길수록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황대권/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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