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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3.03(수) 20:04

농촌 위한 농지제도 개선이라니


선거철이 되자 또다시 땅값이 들먹이고 있다. 선심성 토지 규제완화 조처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욕먹을 것 같으니까 ‘개발은 격려하되 투기는 억제한다’는 이율배반적 언어까지 동원한다. 선거 때마다 늘 들어왔고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구호라서 별다른 감흥은 없다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한마디 아니할 수가 없다. 특히 농산물 완전 개방이 전격적으로 취해짐으로써 농업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마당에 이루어지는 조처인 까닭에 농업 회생의 관점에서 한번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새 농지법의 골자는 그동안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민들이 함부로 토지를 구입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했던 여러 가지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처음에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제 와서 규제를 철폐하는 것도 모두 농촌을 살리기 위한 것이란다. 도시민들에 의한 토지 투기로부터 농지를 보호하여 어떻게든 농촌을 살려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농업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로 인하여 뜻한 바대로 잘 되지 않으니 이번엔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도시 자본을 대거 끌어 들여 농촌을 살려보겠단다. 다시 말하면 생산비도 못 건지는 농사를 짓느니 그 땅을 도시민에게 팔아 아파트나 공장을 짓게 함으로써 농촌에 돈이 좀 돌게 하자는 것이다. 농업이고 뭐고 돈이 있어야 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글쎄, 이렇게 해서 농촌이 살아날지는 모르겠으나 농업이 살아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예전엔 농민들이 정든 농토를 팔고 도시로 가서 도시빈민이나 노동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으나 새 농지법은 구태여 도시로 가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그와 같은 신세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도시까지 갈 차비를 면해주고 낯선 환경에 힘들게 적응하는 수고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조금은 친농민적인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농촌은 이제 그 자체로서 자생력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으니 도시인들이 와서 농촌을 접수하여 어떻게 좀 해보라는 것인데, 그들이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별장이나 주말농장을 만들어 놓고 주말에나 한번씩 와서 현지 농민들을 개 닭 보듯 할 것이 눈에 선하다. 이를 확실히하기 위해 새 농지법에는 도시민들이 농촌에 와서 농장을 만들거나 집단 이주를 원할 경우 무상으로 기반시설 공사를 해주는 것은 물론 집 지을 돈까지 저리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보기에는 도시인들이 농촌에 투자하여 집도 짓고 상가도 짓고 하여 뭔가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게 되면 도시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당국 표현으로 ‘도농간 균형발전’- 이것은 농촌을 도시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개발의 주체가 도시민이고 개발의 방식과 논리가 도시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정부가 인정 넘치고 자연 생태계가 살아 있는 농촌을 바란다면 농촌에 들어가서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나 생명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고, 진실로 생태적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농촌에서 토지를 구입할 만한 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돈 있는 자들이여 이제 농촌은 개방되었으니 가서 마음대로 살아보십시오!” 하고 권하는 것은 십중팔구 도시지역에서 지겹게 보아왔던 환경파괴적 막개발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농촌의 생태적 지역개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또한 돈이 없는 생태적 귀농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가용을 타고 농촌과 도시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도시형 귀농자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생명의 하나됨을 추구하는 생태적 귀농자들이 우리 농촌 살리기에 더 소중한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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