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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31(수) 17:19

‘경제종교’


오늘 아침 신문을 들추다가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천만 원을 모았다는 책을 선전하는 광고를 보고 가슴이 덜컥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 어른들의 광포한 돈 놀음이 아이들의 영혼까지 갉아먹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도대체 아이가 천만원씩이나 모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단돈 만원에도 신의를 밥 먹듯 저버리는 세상 인심을 모르고 이런 일을 기획하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겠지. 아직 읽어보지도 않고 책에 대해 긴 얘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격적인 광고카피만으로도 지금 이 세대가 무엇에 사로잡혀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일찍이 신이 인간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신의 통치 아래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신 앞에 모든 존재는 평등하다고 생각하였으나 권력자들은 바로 그 점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종교는 타락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권력행사가 신으로부터 위임받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권력자는 만인 위에 우뚝 서게 되었고, 야심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신의 후광을 입기 위해 정치를 권력투쟁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신에 의한 통치를 인간에 의한 통치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 ‘경제’다. 아무도 신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었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는 신이고 뭐고 없었다. 경제는 신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에 뿌리를 박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신의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름하여 ‘물신(物神)’이다.

그렇다. 우리는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의식적이건 무의적이건 물신을 추구하며 산다. 오늘은 어떤 신제품이 나왔는지, 어디 목좋은 땅이 나온 건 없는지, 요즘 잘 나가는 주식은 무엇인지 남에게 뒤질세라 새로운 정보에 목말라 한다.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옷, 더 근사한 집, 더 편리한 기구를 사기 위해 죽어라 돈을 번다. 바야흐로 경제가 알파요 오메가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어릴 때부터 경제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광고가 버젓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종교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건 왜일까 물론 물신에 의해 위축된 영혼을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종교는 확실히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물신과 신이 함께 번성한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지금의 종교가 물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물신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회와 사찰이 날로 거대화, 상업화, 권력화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종교는 경제에게 말한다. “너는 뛰어봐야 벼룩이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너는 죽어라고 일하여 번 것을 내 제단에 갖다 바쳐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네가 진정 돈과 마음의 평안 둘 다를 얻고자 한다면 나를 믿고 의지할지니.”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종교는 좀 더 세련된 물신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경제는 종교가 되어버렸고 종교는 여전히 고고한 척하지만 경제에 빌붙어 자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경제활동에서 탈락한 사람은 어디에서고 구원의 손을 내밀 곳이 없는 것이다. 그 옛날 이단으로 낙인이 찍히면 더 이상 살 수가 없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기업인의 상납, 서민들의 카드빚, 과도한 교육열 등 신문지상에 실리는 기사의 거의 모두가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탈락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이다. 더 이상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랴! 강 건너 저쪽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강을 건너는 일이 죽음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현세의 삶이 죽음보다 더 낫다고 여겨지지 않을 때엔 과감하게 미지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 아닐까.

황대권/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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