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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6:20

‘부안사태’ 합리적 해결방안


제2의 광주사태라고 불릴 정도로 부안 핵폐기물 처리시설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합리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나 부안군민 어느 쪽도 그 방안을 가지고 대화를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래 틈만 나면 대화와 타협을 노래했지만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폭력과 쌍욕이 난무하는 극한대결일 뿐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지시했음에도 행정관리들이 예전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군민들이 정부의 말이라면 콧방귀도 뀌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쪽이 첫단추를 잘못 끼웠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분명한 것은 정부가 가해자이고 부안 군민이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시골 마을에다 느닷없이 거대한 첨단 폐기물 시설을 짓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어디엔가는 그 시설을 지어야 하니 제발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주기를 바라지만 군민들 처지에서 보면 국가란 것이 이날 이때까지 지역발전을 위하여 제대로 해준 것도 없이 남들 다 싫어하는 혐오시설을 받아 안으라고 하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어느 누구라도 부안 군민을 욕할 자격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러한 시설을 자기 집 안마당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이왕 벌어진 일은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곰곰이 따져보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해결 방법은 달리 생각할 것이 없다. 적절한 설득과 타협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을 밀어붙인 정부가 먼저 머리 숙여 사과한 뒤 합리적인 보상을 해주든지, 아니면 핵폐기장 유치 결정을 철회하든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 머리 숙여 사과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그것은 정부를 굴복시켜 제멋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짓밟힌 주권을 확인하자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사과하고 뉘우치는 정부를 더욱 신뢰하고 따를 것이다.

그런데 단지 사과하는 것에서 끝난다면 못됐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지언정 똑똑하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 국민들이 믿고 따르게 만들려면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장기적이고도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정부는 이번 사태를 주민들의 폭력적 지역이기주의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40년 넘게 계속된 근대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시골사람들의 반란이라는 점을 직시해야만 한다. 모든 근대문명의 이기를 도시에 집중시켜 놓고 거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시골사람에게 안기는 파렴치한 행위를 합리화해줄 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지난날의 도시중심 발전정책을 반성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농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내놓아야 한다. 그 발전계획이라는 것도 이제는 환경파괴와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뿐인 선진국 따라잡기식을 지양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발전계획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안에서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중앙에서 공급하려는 것은 통치하기에는 편리할지 모르겠으나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 그리고 골치 아픈 님비현상을 막을 도리가 없다. 너희는 이쪽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쪽에서 나온 쓰레기도 받아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지 하며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면 자원(쓰레기도 재활용 자원이다)과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생산하고 처리하도록 만드는 것이 당장에는 불합리한 듯이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실패를 겪고 배우지 않으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부안 사태는 한마디로 서구식 근대화가 낳은 실패작이다. 남이 실패한 길을 더욱 왜곡된 방법으로 뒤따라가는 것은 미련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재검토하고 도농균등과 지역자립의 발전계획을 세워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황대권 생태공동체운동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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