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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3.28(일) 18:22

4월이 오면


새해를 맞았을 때, 나는 내심 한편으로 불안했다. 변화무쌍한 나라에 갑신년이라니, 120년 전 12월 초, 그 사흘의 정변이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군과 제휴한 김옥균의 급진개화당이 수구당을 몰아내고 일단 집권에 성공했지만, 온건개화당 김윤식의 안내로 개입한 청군에 의해 개혁 프로젝트가 도괴함으로써 왕조의 운명을 가른 이 비극적 사건이 혹 재현되지나 않을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 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여건들이 그때와는 판이한 것을 여러모로 가늠하면서 기우로 돌리고 말았던 터다.

그런데 봄 우레를 동반한 폭설이 3월 초를 습격하더니만 그것이 무슨 징조인 양, 그예 중순에 설마설마하던 탄핵안 가결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모처에서 회의를 끝내고 함께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이 일을 듣고 나는 ‘갑신년은 역시 갑신년이로군’ 하고 속으로 되뇌지 않을 수 없었다.

뒤에 한홍구 교수의 글을 읽다가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 사건을 갑신정변으로 자찬하였다는 대목에서 더욱 기가 막혔다. ‘역사는 두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또 한번은 희극으로.’ 2004년의 갑신정변은 1884년의 비극을 아주 정확히 희극적으로 뒤집었다. 한때는 열린우리당의 동반자였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자민련을 안내하여 탄핵안을 밀어붙인 2차 사건은 갑신정변을 닮았다. 그때는 개혁파의 쿠데타인 반면 지금은 보수파의 정변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의회의 탄핵드라마를 순식간에 코미디로 만든 결정타는 바로 우리의 국민이다. 1884년에는 개화당이 민중과 고립되더니 2004년에는 야당들이 국민으로부터 고립되었다. 탄핵안 규탄으로 표출된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마침내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박정희와 세 김씨 이후 그처럼 완강하게 고착된 지역당 체제가 굉음 속에 와해되는 정말 꿈결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2차 갑신정변을 우리 정치개혁의 새로운 기원으로 바꾼 국민 앞에 야당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과 여당도 겸허해야 한다. 여론조사가 가리키듯이 국민이 탄핵안 가결을 탄핵하는 것은 대통령과 우리당이 이뻐서가 아니다. 국민을 새 나라로 이끌고 가야 할 정치가 거꾸로 국민을 낡은 나라에 묶어두는 저 지루한 행태에 대한 염증 속에서 이루어진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이 사태에서 대통령과 우리당도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기 짝이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 자체가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거절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사태를 우리 정치의 마지막 파행으로 삼아 정치개혁으로 가는 큰 길의 입구로 만드는 대통령과 우리당의 진중한 행보를 기대하고 싶다.

지금의 여론 향배를 보건대, 그리고 그 여론에 굴곡이 없다면, 여당은 서러운 소수당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여당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어야 한다. 승리에 취해 다시 열매만 따먹고 국민에 등돌려 모처럼 맞이한 정치개혁의 절호의 기회를 낭비해서는 아니 된다. 4월혁명 후 압승한 민주당이 신·구파로 나뉘어 5·16 쿠데타를 자초한 뼈아픈 경험을 상기하자! 국민은 큰 물이다. 그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기도 한다. 정치의 폐쇄회로를 뚫어 국민과 함께, 시민과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민중과 함께 21세기형 새 정치의 모형을 실험할 바로 그때다.

4·15 총선이 보름 남짓 남았다. 그날 이후 한국정치는 과연 어떤 모양을 지을까 4월이 오면, 꽃 피고 새 우는 4월이 오면, 정치는 정치에 맡기고 우리 모두 한번쯤 아름다운 산과 들로 봄놀이 가도 좋은 그런 나라가 문득 다가오지 않을까

최원식 인하대 문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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