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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4.01.04(일) 18:01

베이징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연말 중앙민족대에서 열린 한국문학관계 회의에 참석하느라 베이징에 다녀왔다. 날씨는 쾌청했고 도시는 활기에 넘쳤다. 건조한 대기 속에 잿빛으로 가라앉았던 옛 베이징은 사라지고 새 베이징 건설의 열기 속에 도시는 의상을 갈아입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곳곳에 세워지고 산타 모자를 쓴 종업원들이 시중을 든다. 캐럴송 없는 베이징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1860년 영-프 연합군에 의해 무참히 파괴된 위안밍위안(원명원)의 폐허와 기묘한 대비를 이룬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겪은 수모를 ‘국치’로 기억하면서 이제 21세기를 향해 포효하는 이 오래된 제국의 수도에서 나는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한반도인으로서 중국과 어떻게 살아갈지를 곰곰이 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들의 “애비는 종이었다.” 중국 역대 황제들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사대(事大)가 비록, 내정에 대한 독자성을 거의 제한하지 않는 형식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조공이 일종의 무역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속방’이었다는 사실을 엄호하는 것이 아님을 뼈아프게 접수하지 않을 수 없다. 조상들이 못난 탓인가 아니다. 우리들의 애비는 똑똑했다. 동서양을 일통한 초원의 제국으로서 베이징을 처음으로 세계의 수도로 삼은 몽골, 그리고 오늘의 중국 판도를 개척한 여진의 위대한 제국, 청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그 시절 중국의 속방에서 벗어나는 길은 중국을 정복하는 길이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중국을 정복한 몽골과 여진이 결국 그 민족과 언어를 저 무서운 도가니에 모두 봉헌한 것을 보면 사대라는 힘든 길을 택해 우리의 독자성을 유전해준 조상들이 고맙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다시 조상들의 사대를 반복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주독립은 우리 민족사 최대의 비원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속방체제에서 이탈한 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다시 해방 후는 사대의 대상을 미국으로 갈아탄 형국이 아닌가

이번 여행길에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베이징의 공묘(공자사당)와 국자감을 참배했다. 제국통치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보존해온 유교의 바티칸은 이제 권력이 빠져 오히려 향기로웠다. 이곳을 유정히 거닐면서 우전(신호열) 선생을 추모했다. 비록 엉터리 제자일망정 나는 선생을 통해 유구한 유학으로 거슬러오른다. 공자가 〈논어〉로서 내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이 진실로 신기하다. 중국이 버린 공자가 한국의 마지막 한학자 우전 선생을 통해 내게까지 은택을 베푸니 이야말로 모든 정치를 단숨에 넘어서는 문명의 소통이 아닐 수 없다. 거리는 단아했고 건물은 이름다웠으며, 유현관(留賢館)의 차예(茶藝)는 유학적 교양으로 성숙했다. 먼 데서 찾아온 벗을 맞는 심성으로 우리를 정성스럽게 대접한 그 찻집 아가씨(샤오제)에게 복있을진저!

정복과 사대를 모두 여의고 중국과 함께 한국 또는 한반도가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에 있을까 무슨 왕도가 없을 것이다. 상호이해의 심화가 첫걸음이다. 대외적 무감각이야말로 자기에 대한 무지와 짝을 이루는 일임을 염두에 둘 때,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무관심을 탓하지 말고 한국인이 먼저 중국을 알자. 더구나 우리에게는 재중동포들이 있지 아니한가 이번 회의에서 나는 한국(조선)문학을 공부하는 많은 동포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은종섭 학장을 비롯한 북의 학자들과 처음 해후했다. 이 일을 성사시킨 중앙민족대 어언문학학원 문일환 원장을 비롯한 재중동포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남과 북을 대화의 탁자로 이끌 동포사회의 종요로운 역할을 상기하면 한-중 관계의 심화도 바로 그분들과 함께 일굴 일이다.

새해가 밝았다. 안에서만 콩 볶듯 하지 말고 바깥도 좀 보자. 우리가 재중동포 사회를 걱정해야지 이들이 모국을 걱정하게 해서야 꼴이 아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21세기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충실한 한해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최원식 인하대 문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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