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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6:43

대의와 이익


참으로 지리한 공방전이 끝이 없다.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안되는 일도 없는 이 회색의 시간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한국사회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춘추전국시대는 신하가 임금을, 아들이 아비를, 아내가 남편을, 아우가 형을, 노예가 주인을, 한마디로 ‘아랫것’이 ‘윗분’을 치는 하극상의 시대였다. 흔히 이 시대를 대혼란기로 매도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시기가 중국사상사 최고의 황금시대였다는 역설을 상기하면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이 분출한 발랄한 창조의 시기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마침내 이 대폭발은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 진의 건국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지금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의 출현은 우리 사회를 찍어누르던 무쇠뚜껑을 열어버렸다. 무슨 무쇠뚜껑인가? 박정희 군부독재자와 그 희극적 복제품들에 이어 그들에 저항했던 김영삼·김대중씨가 민주화의 전진 속에 차례로 집권한 이후 은퇴함으로써 ‘거인’들의 시대는 황혼을 맞이했다. 권위주의의 큰 뚜껑을 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각 부문의 작은 뚜껑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지금 맞고 있는 ‘혼란’의 본질일 것이다.

그런데 그 혼란이 진짜 혼란으로 떨어지면 이는 정말 문제다. 또한 그럴 징후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것의 하나는 참여정부와 노동운동의 대립이다. 친노동적이라고 믿었던 참여정부가 최근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실망한 노동자들이 반정부로 선회하는가 하면, 참여정부의 우군으로 여겼던 노동자들의 잇딴 봉기에 정부는 정부대로 당황하고 있는 기묘한 형국이다. 이 틈새를 타고 노동운동을 잠재우고 참여정부를 길들이려는 보수파들의 공세가 노골적이다. 개혁세력의 대동단결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이와 같은 분열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상서롭지 못하다. 녹두장군이 이끄는 농민군의 전면적 봉기 속에 출현한 갑오개혁정부(1894~6)의 비극적 종말을 상기하자. 아래로부터의 근대화 통로를 보여준 농민군과 위로부터의 근대화 통로를 연 갑오정부는 위기에 처한 조선왕조를 구원할 희망의 세력들이었다. 그런데 일본의 압박으로 갑오정부가 농민군을 토벌함으로써 마침내 스스로도 붕괴하였으니, 이때 조선의 식민지화가 결정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정부와 노동 양측, 아니 우리 모두 이 뼈아픈 교훈을 거울 삼아 다짐을 새로이할 시점이다. 정부는 먼저 개혁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인민주의의 유혹을 물리치고 건전한 기업문화가 꽃피는 속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 노동운동도 이익보다는 대의에 더 충실했던 왕년 독재정권시기의 명예로운 전통을 다시금 되살렸으면 싶다. 노조 설립에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그 시절의 노동운동은 얼마나 감동적인 것이었던가? 노동운동가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시절에는 민주화, 통일, 평등사회 건설 등의 대의가 임금인상 같은 구호보다 노동자에게 훨씬 큰 호소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나라의 혜택도 받지 못했으면서도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봉기한 의병의 전통이 그 시절의 노동운동에 맥맥했다. 그리고 그 고귀한 투쟁의 축적 위에서 이만한 민주사회를 건설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요즘 노동운동에는 이 전통이 약간 퇴색한 듯싶다. 나는 물론 대의를 위해 이익을 완전히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표 없이 세금 없다’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자신의 권익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곧 민주주의다. 그런데 권익을 지키는 것과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대의 또는 공동선이 어긋날 때, 노동운동은 따가운 시선 속에 한갖 부문운동으로 축소된다. 나는 노동운동이 국민의 원기라고 여전히 믿는 자이다. 우리 노동운동이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작업에서 중심적 선도체라는 큰 자각 속에 거듭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기원한다.

최원식 인하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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