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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6:38

북핵과 동아시아의 평화


가나가와 대학의 요코쿠라 세쓰오 교수가 흥미로운 논문을 보내주었다. 〈아사히신문〉에서 한·중·일 세 나라 국민의 상호인식을 3차례(1999.6, 2001.11, 2002.8~9)에 걸쳐 설문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글인데, 여러모로 유용하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예상했던 바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의 한국(인)·중국(인)에 대한 태도다. ‘좋다’와 ‘싫다’는 대체로 10%대인데, ‘어느 쪽도 아니다’가 60~70%대로 아주 높다. 한국(인)·중국(인)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표현을 금기시하는 일본인의 이 부자연스러운 무관심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는 이 금기가 전전의 침략행위에 대한 일종의 ‘켕김’현상과 전후 부흥에 의한 ‘우월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한다. 상처에 직면하여 그 치유를 기도하기보다는 덧나지 않게 조심조심 피해가고 싶어하는 방어심리에 근거한 옹색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처럼 예의바른 일본국민이 왜 집합적으로는 쩨쩨할까 왜 이웃 한반도와 중국 침략 과정에서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지 못할까 한국인과 중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혐오감이 바로 여기에 걸려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인과 중국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첫째로 해야 할 일로 꼽는 것이 보상 따위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다. 일본이 ‘다테마에’가 아니라 ‘혼네’로 사과한다면 한국인과 중국인도 쩨쩨하게 굴지는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이 심리적 장애가 해소될 때, 일본인이 원하듯이,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과거의 망령을 훌훌 털어버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갈수록 심화되는 세 나라 사이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새 시대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이 심리적 장애가 단지 일본의 탓만일까 요코쿠라 교수가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이 메이지 이래의 ‘탈아입구’(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간다)나 그 전후판적 성격과 냉전 아래의 성격을 아울러 가진 ‘탈아입미’(아시아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들어간다)로부터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듯이, 아시아의 일원이면서도 아시아 의식을 결락한 일본에 있어서 아시아는 동반자가 아니라 항상 열등한 타자다. 그런데 근대 이후 일본으로 하여금 아시아를 대상적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다. 일본은 그 뒤를 충실히 따른 모범생인 것이다. 특히 전후 일본이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냉전체제에 편승하여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부흥에 성공하면서 전전의 과오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작은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호불신에 사로잡혀 있는 세 나라 국민들 사이의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 냉전체제의 슬픈 유산인 일본의 심리적 장애를 함께 치유할 필요가 절실하다. 일본이 ‘탈미입아’(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온다)할 때, 탈냉전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분단을 축으로 작동하는 동아시아 냉전의 유산으로부터 비로소 해방될 기틀을 잡아나갈 것이다.

최근 북핵 문제로 시끄럽다. 한국전쟁 이후 위기 속에서도 반세기에 걸친 평화시대를 유지하며 공동번영의 기틀을 잡은 동북아에 다시금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해체일로를 더듬어가던 남방 삼각동맹(한·미·일)을 복원하려는 부시의 낡은 기도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의 정말로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반북정책에 기초한 상호주의도 문제지만 정경분리를 경직되게 추구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도 이제는 새로운 상황에 따라 수정될 필요가 없지 않다. 다행히 각급회담을 통해 위기로부터 탈출할 혈로가 뚫리고 있다. 북핵문제를, 동북아시아의 군사력에 기초한 아슬아슬한 평화를 비군사적 협력에 바탕한 진정한 평화로 전환할 적극적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강한 기대가 솟는다.

최원식 인하대 문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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