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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6:07

오는 사람 막지 말자


오랜만에 작은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신문 보고 뉴스 듣는 일이 더 끔찍해진다. 원교 이광사의 기이한 일주문 현판과 어울린 지리산 천은사의 고즈넉함과 88고속도로 연변 산악들의 장한 침묵에 눈 씻고 귀 씻고 코마저 씻어 심신이 상쾌했거늘, 서울은 어찌 이다지도 소란스러울까 공론이 사라진 저 부패한 소음들은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밝힐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졌던 작년의 활기와는 딴판이다. 그 싱싱한 기운들을 일거에 시들게 한 죽음의 기색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책임이 무겁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토론, 국민적 합의로 이끄는 대신, 비판의 방패 뒤에 숨어서 분열과 좌절과 배신을 부추겨 거의 내전 상태로 몰아가는 이른바 주류층의 행태는 이젠 염치불고에 이른 것이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송두율 박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보수언론과 야당 들의 집요한 공격 속에 마침내 송 박사가 지난달 22일 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특수탈출 및 회합통신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송 박사가 수감되자마자 그 문제로부터 일제히 돌아선 그들은 사냥에 성공한 후 새 먹잇감을 찾아나선 노련한 사냥꾼을 닮았다. 정말 그들은 프로다.

나는 송 박사와 친분이 없다. 그의 글도 열심히 읽은 처지가 아니어서 그의 생각이 어떠한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다. 더구나 그가 이북에서 김철수란 가명을 사용한 정치국 후보위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긴가민가하다. 그렇다는 주장을 들으면 그게 맞는 듯싶고 또 다른 쪽의 주장을 듣노라면 또 그게 그럴듯하게도 보인다. 이북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무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북의 지침을 받아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한 친북활동가인지 아니면 남한의 민주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노고한 ‘경계인’인지 확실하게 가늠하지 못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망명객에 대해 약간 무심한 편이다.

해방 직후 채만식은 어느 단편에서 국내에서 해방투쟁한 사람을 해외파보다 높였는데 나도 그 주장에 공감하거니와, 해방 직후 남과 북에서 모두, 국내파들을 제치고 미국과 소련의 망명객이 각기 권력을 잡은 것이 분단체제의 생성과 고착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왜 귀국해서 가뜩이나 꼬여가는 한국사회를 분란으로 모는지 모르겠다고 짜증내는 소리에도 귀가 솔깃한 바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속까지 가리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투옥을 무릅쓰고 37년 만에 귀국한 송 박사를 허구한 날 국정원과 검찰청에서 시달렸으면 입국신고식으로는 된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그가 설령 이북의 거물간첩이라 할지라도 그가 자발적으로 남한에 온 것은 일종의 ‘귀순’에 준할 터이다. 더구나 그동안의 ‘친북’을 자기비판하고 한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다짐까지 한 바에 구속은 지나치다. 물론 귀국성명에서 좀 더 허심탄회하게 여러 쟁점들에 대해 미리 밝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지 않지만,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 민중의 지혜가 빛나는 우리의 격언이다. 그는 오랫동안 ‘가는 사람’이었다. 독일에서 남한민주화운동을 지원하면서 북에 더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그 긴 방황의 끝에 마침내 ‘오는 사람’을 선택했다. 어쩌면 눈물겨운 일이다. 이국생활에 지친 송 박사가 쉴 한평의 땅을 아낄 만큼 우리가 그렇게 각박했던가

남한은 이미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잡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남한 시민들이 평양에 관광 가는 그런 세상이 아닌가 세상은 변했다. 호떡집에 불난 듯 소란 떤다고 다시 옛 세상으로 돌아갈 게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해서라기보다는 국정 혼란을 염려해서 재신임을 결정한 지혜로운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지도층의 자기혁신이 필요한데 여전히 사냥에 여념이 없으니 딱한 일이다. 그분들, 가까운 교외라도 나가 붉은 티끌에 전 몸과 마음을 씻어봄이 어떨까?

최원식 인하대 문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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