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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3.12.11(목) 15:55

파병과 ‘국익’


이라크 파병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서둘러야 한다는 보수공세가 연일 계속된다. 과연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따져 보아야 하지만, 아무리 국가이성이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마당이라도 나라의 젊은 목숨들을 위험한 전쟁터로 투입하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하여 정치가를 비롯한 여론의 지도층이 이처럼 공공연히 이익을 쉽게 입에 담아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왕께서 말씀하시길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大夫)들은 말하길 어떻게 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까 하며, 선비와 서민들 또한 말하길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위와 아래가 서로 이익만을 취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계몽군주 양(梁) 혜왕이 맹자를 맞이하여 그에게 ‘어떻게 나라를 이익 되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맹자가 대답한 유명한 대목이다. 이익을 좇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항상적으로 진행됐던 천하대란의 전국시대를 살아갔던 맹자의 이 담담하고도 단호한 답변은 지금 이곳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위해서 이라크 민중과 세계 시민의 평화 여론을 외면하고 미국의 뜻에 따라 한국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은 남의 고통과 자신의 이익을 교환한 약삭빠른 나라로 낙인찍힐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또다시 ‘침략자’의 편에 섬으로써 끊임없는 외침 속에서도 나라를 지킨 우리의 명예로운 자부심을 일거에 잃어버린다는 것은. 한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평화민족이라고 교과서에는 적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자주적으로() 외국을 침략한 적은 거의 없지만, ‘대국’의 뜻에 따라 파병한 예들은 뜻밖에 적지 않다. 멀리는 몽골의 일본침략전의 선두에 선 고려군과, 중원을 놓고 벌인 명과 후금의 쟁투에 끼어든 광해군의 파병군이 겪은 고통은 지금에도 아프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베트남 파병의 상처는 너무나 생생히 살아 있다. 사실 우리가 복()이 있어 베트남처럼 관용의 미덕을 갖춘 민족을 만났기 망정이지, 베트남이, 우리가 일본을 지탄하듯이, 한국을 비판해도 무슨 할 말이 있을 것인가 베트남 파병 때는 우리가 원체 못살아서 그렇게라도 하여 빈곤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절박성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덕()에 살 만한 나라가 되었기에 파병의 명분은 얇고도 얇다. 후세인도 부시도 아니다. 독재와 침략에 고통받은(받는) 이라크 민중을 위해 비군사적 원호행위로 베트남파병의 부채를 갚는 게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미국을 돕는, 그래서 한-미 두 나라가 함께 사는 길인지도 모른다. 9·11테러의 충격에서 차츰 깨어나면서 미국 안에서도 부시의 일방주의, 특히 이라크전쟁에 대해서 비판적인 여론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없지 않다.

최근 인하대 심포지엄에 참여한 허드슨연구소의 로버트 두자릭의 발언은 흥미롭다. 미군의 이라크 조기 철수도 요망되는 시점에 미군보다 이라크 사정에 어두운 한국군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한 그는 그것이 한국 안의 반미감정을 고조시킬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한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한-미관계를 더욱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그의 보수적 판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더욱 우려할 것은 국익을 내세운 이라크 파병이 만약 실현된다면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로 가뜩이나 위태로운 작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그리고 지역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횡행하는 국내 정황을 염두에 둘 때, 세계평화의 대의를 접고 이익을 앞세우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 정부의 입지는 그나마 옹색해질 것이다. 우리 모두 기도하는 심정으로 파병문제를 생각할 때다.

최원식/인하대 문과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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