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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시간 2000년08월03일18시30분

    한겨레/ 사설·칼럼/ 김효순 칼럼
    [김효순칼럼] 조총련 vs 총련

    <한겨레>는 88년 창간 이래 사물을 규정하는 용어의 선택에 상당한 신경을 써왔다. 보다 적절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회의 집단적 허위의식을 깨고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편집방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언론매체인 <한겨레>가 사회 일각의 오해와 눈총을 받아가며 사용하기 시작한 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북한 지도자의 표기를 김일성 주석으로 한 것이다. 창간 당시 미수교국이었던 이른바 `중공'에 대해서는 `중국'이라고 표기했다.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런 용어의 정착과정에서 <한겨레>가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요즘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주류 언론매체에 갑자기 출현빈도가 높아진 용어 가운데 `조총련'이 있다. <한겨레>는 원칙적으로 이 용어를 쓰지 않는다. 조총련 대신 총련이란 표기를 사용한 지가 8년이 넘는다. 신문을 꼼꼼히 읽는 독자라면 <한겨레>가 대중매체 가운데 왜 홀로 이 용어에 집착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국적불명의 이름 '조총련'

    조총련이건, 총련이건 이 단체의 정식명칭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다. 이 단체와 대칭적 관계에 있는 것인 재일대한민국민단, 약칭 민단이다.

    그러나 조총련은 국적불명의 용어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조총련이란 표현을 쓰는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총련이란 용어는 남쪽의 정보기관이 가공해 국내의 대중매체들을 통해 무차별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쪽 사람들에게 남은 것이 조총련에 대한 확고부동한 이미지이다. 박정희 철권통치에서 시작해 북한의 핵의혹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고조됐던 시기까지 각종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조성됐던 조총련의 인상은 아주 단순하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간첩단의 아성일 것이다. 본국의 정치정세와 관련해 민단 내부에서 개혁운동이 일어나면 조총련의 사주에 의한 불순한 움직임으로 찍혔다. 북한의 핵의혹과 관련해 미국 주도로 제재방침이 논의됐을 때 조총련은 곧 망해야 할 `깡패국가'에 돈을 보내줘 수명을 연장시키는 정신나간 무리로 묘사됐다.

    그러나 일정한 의도 아래 조성된 이런 시각으로만 보면 총련과 관련된 동포문제, 민족문제를 이해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문제의 연원과 과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제국주의 강점 아래서 한민족의 일부는 강제로, 때로는 연명의 생활수단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여러 사정으로 주저앉은 이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인'이라는 법적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해가자 모두 `조선적'으로 편입됐다. 일본이 냉전체제에 편승해 과거청산을 지연시키며 남북한과 미수교상태에 있을 때 동포사회에는 오히려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65년 한일협정 발효 후 남쪽 정부가 조선적 동포들에게 `한국'으로 국적을 바꾸도록 요구하며 `줄서기'를 강요하자, 동포사회의 분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줄서기를 거부했던 동포들이 남쪽 정부와 일본 정부의 각종 조처로 당한 고통은 일일이 표현하기 어렵다. 이들이 해외여행의 제한 등 온갖 불편, 차별을 감수해가며 버틴 것은 북한체제에 대한 맹목적 충성 때문은 아니다. 후세들에게 우리 말과 글을 배우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민단이나 남쪽 정부가 거의 제공을 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다.

    총련 바로 보는 계기로

    2세 밑으로 재일동포를 만났을 때 민단계와 총련계를 구분하는 거친 기준이 있다면 우리 말의 구사 여부이다. 우리 말을 제법 하는 동포를 만나면, 예외적 사례를 제외하고는 총련계나 민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판단하면 큰 무리는 없다.

    지난 달 31일 발표된 1차 남북장관급 회담 공동보도문을 보면 총련이란 용어가 공식으로 복권됐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냉정의식으로 찌들은 조총련이란 말도 역사속으로 사라졌으면 좋겠다. 편집국 부국장hyo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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