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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7.18(목)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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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총리'의 시련/ 이원섭


몇몇 사석에서 장상 총리서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겉으로 나타난 기류와는 다른 흐름에 새삼 놀랐다. 평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볼 때 응당 찬성할 것 같던 사람들이 오히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디제이 이름만 나와도 입에 거품을 품어 당연히 반대할 것 같던 사람들이 의외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디제이 음모‘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장 총리서리에게 불거진 약점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킬레스 심줄‘을 빼다박은 듯하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각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나 인생관 등과 깊이 연관돼 있을 터이다.

처음 `장상 총리‘가 발표됐을 때 첫 여성 총리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레임덕에 시달리는 김 대통령으로서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시비를 걸기 어려운 `회심의 묘수‘로 꺼내든 것이 바로 `장상 카드‘다. 섣불리 딴죽을 걸다가는 대선을 앞두고 여성계의 반발을 사거나 거대야당의 횡포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현실적 차별 때문에라도 명분상 남성 의원들이 내놓고 반대하기 힘든 터였다.

인사청문회 필요한 까닭

김 대통령이 임기말 `몇개월 총리‘에게 기대한 것은 뛰어난 경륜이나 행정력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아들 비리로 만신창이가 된 국정을 추스를 도덕성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 국적문제라는 민심을 자극하는 고약한 사안이 또 불거졌다.

유학생활 때 자식을 낳아 미국 국적을 얻은 것인데 택일할 것을 강요받아 한국 국적을 포기하게 한 것이니 봐줄 만하지 않으냐, `그 정도 흠‘은 누구나 있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나온다. 그러고는 만일 당신이 그런 처지였다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반문이 이어진다. `보통 사람‘이라면 뒷손가락질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랏일을, 그것도 총리란 엄청난 자리를 맡을 사람을 막연히 `장삼이사 당신‘과 동렬에 놓을 수는 없는 게 상식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해 까다로운 인사청문회를 하는 까닭은 그가 공적 영역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느 의미에서 보면 일찍이 외국 유학을 갔다온 것 자체가 본인의 능력이 뛰어났든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받은 계층이다. 귀국해선 이른바 ‘지도층’ 상류층으로 활동하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왔다. 지금도 돈 많고 권력 있는 집에서는 자식 결혼시키면 미국으로 내보내 신혼도 멋지게 즐기게 하고, (외)손자들의 미국 국적도 더불어 챙기는 ‘꿩먹고 알먹는’ 사례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소문 안나게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오죽하면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 `원정 출산‘을 통해서라도 미국 국적을 얻겠다는 망국적 풍조가 판치겠는가. 이런 속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터에 국민들 감정이 좋을 리 없다. 하루하루 살기에 고달픈 서민들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들이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잣대

우리 사회 특권층, 상류층의 내밀한 행태와 도덕적 기준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한데 한꺼풀 벗겨 속을 들여다보면 아닌 경우를 흔히 본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과연 누리는 만큼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보편적으로 어떤 도덕적 잣대를 갖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장 총리서리는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 격려의 말을 듣고는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참·용·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들 국적 문제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억울하게 너무 당한다는 서운함도 있기에 `용서‘란 말을 감히 입에 담지 않았을까 싶다. 이달 말 열릴 인사청문회 때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비난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장 총리서리의 인준 결과가 어찌되든, 공직에 나서면 온실에 있을 때는 가려졌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난다는 교훈만은 분명히 남겨야 한다. 그래야 공직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미리 조심할 것 아닌가. 인생에서 부와 명예와 권력 가운데 한가지만 누려도 행운이라고 한다. 이기적으로 누릴 것은 모두 누리면서 사회적 존경까지 독차지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가 되어야 한다.

이원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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