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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02.07.04(목)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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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진실'찾기/ 이원섭


지난해 서해 5도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백령도를 방문한 느낌을 본 란에 쓴 적이 있다. 인천보다 평양이 훨씬 가깝고 북녘 땅 장산곶이 빤히 보이는 지리적 요인보다 접적지역임을 더 실감케 한 것은 섬 전체를 감도는 냉랭한 기운과 팽팽한 긴장감이었다.

영화 <나바론의 요새>를 연상케 하는 산속 동굴벙커와 이들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고립된 상태에서도 상당기간 버틸 식량, 생필품과 탄약들. 마주보는 북쪽 해안 진지들과 각종 장거리포로 서로를 정조준해 겨냥하고 있었다. 전쟁이나 그에 버금가는 국지적 분쟁이 발생하면 말 그대로 뼈를 묻으며 섬을 `사수'해야 하는 절박한 곳이다. 연평도 부근 서해상에서 교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백령도 기억부터 떠오른 것도 그런 서늘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서해교전을 일으킨 진정한 이유를 가늠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치밀하게 계획된 의도된 도발인지, 우발적 충돌의 확대인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아무리 따져봐도 북한이 기대하던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발을 감행해 얻을 소득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은 서해교전이 벌어지자 대북특사 파견 방침을 철회했다. 강경론이 다시 득세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일각에서 제기됐던 북한의 `월드컵 재뿌리기' 의심은 사그라드는 듯하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뽀였다면 개막 한달이 지나서 도발했다는 게 설명되지 않는다. 교전 다음날 북한 축구협회장 이름으로 월드컵 성공 축하편지를 보내온 것과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지켜온 평화*

그나마 가장 그럴듯한 분석이 꽃게잡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무력 충돌로 비화한 것 아니냐는 우발적 충돌설이다. 바다에 금이 그어진 것도 아닌 터에 금값인 꽃게를 서로 많이 잡겠다고 다투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기싸움이 교전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교전 며칠 전부터 남쪽 어선들의 어업통제선 월선이 되풀이돼 북쪽을 자극했다는 증언도 나와 설득력을 높인다. 물론, 남쪽 어선의 월선이 북쪽의 선제사격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은 아니다. 어선이 통제선을 넘어갔다고 우리 함정에 선제사격을 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의 신경을 건드려 북방한계선을 넘어오게 했고, 우리 함정과 대치 끝에 과잉행동을 할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은 크다.

교전이 진행되면서 북쪽 유도탄정에 장착된 스틱스 미사일 레이더가 가동되는 등 확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은 남북간에 유지되는 평화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것인지를 잘 말해준다. 북쪽 미사일이 발사됐으면 우리쪽 응사로 양쪽은 삽시간에 단계적 확전 과정을 밟게 됐을 터이다.

서해에서 해마다 꽃게철이면 벌어지는 `예고된 분쟁'과 이번같은 무력 충돌을 막으려면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어야 한다. 우선 북방한계선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졌듯이 북방한계선은 1953년 정전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북쪽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계선이다. 북쪽은 한사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분쟁수역이 돼 왔다. 이런 객관적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해상 군사분계선 침범이나 영해침범으로 몰아치고 단호한 응징을 부르짖는 보수·수구세력의 강경몰이는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양호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방한계선은 어선 보호를 위해 우리가 그어놓은 것으로 북쪽이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고 공언했었다.

*`일방적 북방한계선' 인정해야*

3년전 서해교전의 상처를 잘 아물리고 평화를 키우면서 일년 뒤 남북 정상회담이란 결실을 맺었듯이, 이번에도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전사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잘 알기에, 그런 비극이 더 번지지 않게끔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 다행히 국민들의 대응도 한결 성숙해졌다.

서해교전 발생 소식에 백령도를 떠올린 것은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일상을 꾸리는 그곳의 긴박한 분위기 때문이었지만, 냉정히 보면 한반도 전체가 백령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성적 태도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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