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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과 박근혜/ 이원섭


평양을 방문한 박근혜 의원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서 찍은 사진은 `역사적 사진'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오랜 기간 한반도를 갈라 지배해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과 김일성 전 주석 아들의 특이한 만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냉전시대 치열하게 체제경쟁을 벌인 두 사람의 2세가 만나는 장면은 시대상황이 달라졌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두 사람이 개인사적으로 묵은 악감정을 푸는 모습으로도 비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박근혜 의원에게 베푼 환대는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사대주의적 망언을 했다고 격렬히 규탄하며 남북 경제협력추진위 회의를 무산시킨 가운데 박 의원을 초청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중국 베이징에 자신의 전용기를 보낸 것이라든지 백화원 초대소 숙박, 면담에 이은 만찬, 신속한 동정보도, 판문점을 통한 귀환 등 국빈에 준하는 융숭한 대우를 넘어 살뜰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동해안 철도 연결 등 박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부분 선선히 동의했다.

그중에서도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의 잘못이었다며 미안함을 표시한 것은 각별한 소회를 자아낸다. 과거 김일성 주석이 이런 뜻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김 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또다른 차원이다.

*평가 엇갈리는 7·4 공동성명*

두 사람이 공통의 화두로 삼았다는 7·4 남북 공동성명은 지금도 평가가 엇갈린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을 만나 틀을 잡았다는 성명은 남북 사이에 맺은 첫 공식 합의란 점에서 기념비적 의의를 지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3원칙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남북의 독재정권이 각자의 통치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서로 이용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7·4 공동성명 뒤 박정희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도를 없애는 등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체제로 줄달음쳤고, 김일성 수상은 헌법을 고쳐 주석제로 가면서 명실상부하게 유일지도체제를 완료했다.

박정희-김일성 두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각기 남북을 통치한 1961-79년의 18년간은 남북의 체제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였다. 다섯살 연하로, 항일 빨치산투쟁 경력의 김일성에 비해 일본 관동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는 이에 따른 열등감을 경제개발을 통한 체제경쟁 승리로 `보상'받으려 했고, 1970년대에 드디어 남북간 경제적 우열을 뒤집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북쪽의 새 통치자로 자리를 굳히고 김대중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준비중인 박근혜 의원을 초청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준 배경에 궁금증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박 의원 초청을 통해 남쪽 정치에 관여하려 한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박 의원의 현실적 영향력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내부적으로 `광폭정치'를 선전하며, 자신에게 적대적인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를 제외하면 보수진영 인사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상대로 김 위원장이 박 의원을 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절대권력자 2세'란 동질감*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김 위원장이 `절대권력자의 2세'라는 운명적 동질감을 박 의원에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사회심리적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아버지 후광으로 오늘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한 반면, 고독한 성장과정에 대한 연민의 공감대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치밀하고 냉정한 면과 함께 즉흥적이고 낭만적 기질도 드러낸다는 게 관측자들의 평가다. 가장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쉽게 무너뜨리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돌출'도 결국 이런 점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남북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 가운데 핵심은 평화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김정일-박근혜 두 사람의 만남에 일단 긍정적 점수를 주는 것은 남북화해 및 협력, 그리고 평화에 보탬이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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