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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통하는 사회/ 이원섭


거짓말에 관한 숱한 금언 가운데 에이브라함 링컨의 말은 단연 핵심을 찌른다. “모든 사람을 얼마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다.”

줄줄이 터지는 권력형 비리로 사회가 온통 난리다. 그럴듯한 거짓말이 난무하고 진실은 가려진 채 어지럽기 짝이 없다. 누군가는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는데 당장 이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나 거짓말의 효력은 잠시 뿐, 시간이 흐르면 진위는 밝혀진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는 말은 하나도 그르지 않다. 거짓말을 참말인양 믿게 하려면 수십번의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꼬리가 길어 결국 밟힌다. 길게 보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진실을 밝히느니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리를 감추려다보니 의혹이 더 커지고 파렴치한 거짓말까지 보태져 이중으로 망신한다.

혐의가 상당히 입증돼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사람들도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권력형 비리로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고개를 뻣뻣히 쳐든다. 이런 모습을 워낙 자주 대하다 보니 이제는 혐의가 쏠릴 때 여간 완강히 부인하지 않으면 마치 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부인하는 말의 강도도 점점 더 세진다. `할복 운운'한 것이 대표적이다. 설마하니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순진하게 믿다간 번번히 뒷통수를 맞는다.

*`정상 참작' 폭 넓히도록*

자신의 죄를 일단 부인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심리일 것이다. 수사기관에 불려와서도 꼼짝 못할 증거를 들이대기 전까지는 대부분 잡아뗀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게 꾸며도 거짓말은 아귀가 척척 맞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모면하려고 새로 거짓말을 꾸며대다 보면 앞서 진술한 것과 어긋난다. 이리저리 추궁을 당하고 창피를 당하다가 몰려서 결국 사실대로 불게 된다는 것이 노련한 수사관들의 말이다.

법조계 생활을 오래 한 한 친구는 거짓말과 정상 참작에 대해 `솔직한 고백'을 한다. 분명히 거짓말을 한다는 심증이 가고 정황 증거가 충분한데도 재판정에서 끝내 아니라고 우기면 혹시 내가 판단을 잘못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역력한 사람을 보면 인간적으로 동정이 가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상을 참작해 벌을 가볍게 해주기가 좀체 쉽지 않다고 한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끝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가중 처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뉘우치는 사람은 벌을 감해주는 합리적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거짓말은 부정직한 사회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거짓이 통하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알도록 해야 이런 사회적 병폐가 줄어들 터인데 전혀 그렇지 못했으니 자업자득이다. 권력형 부패 의혹이 제기돼 여론이 들끓어 마지못해 수사에 나서더라도, 당사자가 강력히 부인하면 그에 맞춰서 적당히 조율한다. 어쩔 수 없어 사법처리를 해도 시간이 얼마쯤 흐른 뒤 병 보석이나 형 집행정지 등으로 적당히 풀려나곤 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정치보복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국민의 대표로 뽑히는 일이 많으니 정치적 재기를 위해서라도 여간해선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관행과 범죄의 경계가 모호한 탓도 있다.

*검은돈 차단 충분히 가능*

거짓말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너그러이 용인하는 풍토가 되면 냉소적 반응을 넘어 부정적 가치관이 그 사회를 좀먹게 된다. 순간적으로 유혹에 넘어가 실수를 하는 것은 그에 걸맞은 벌을 받으면 용서가 되지만, 고의로 거짓말을 하다가는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이 사회적 불문률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큰 눈으로 보면 사회 전체가 투명해져야 한다. 제도적으로 촘촘히 쳐진 감시의 그물에 반드시 걸린다는 생각이 들어야 비리와 거짓말을 않게 된다. 특히 검은돈의 흐름은 낱낱이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 의지가 문제지, 정치자금법과 부패방지법만 제대로 만들어도 대부분의 권력형 비리는 막을 수 있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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