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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케 하는 자/ 이원섭


북한을 다녀온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임동원 대통령 특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밤샘 협상을 하고 눈도 못 붙인 채 서울로 돌아와 남북이 같은 시각에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느라 숨가쁘게 돌아갔던 전날에 비해, 긴장을 풀고 푹 쉰 탓인지 한결 여유가 있었다.

각 언론사 통일문제 담당 논설위원들에게 방북 결과와 뒷얘기를 배경 설명한 임 특사는 마침 일요일인 그날 교회에 가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는 얘기로부터 풀어갔다. 그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유명한 `산상수훈' 가운데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하는 대목에서 `화평케 하는 자'를 영어로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표현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화해자, 조정자, 중재자 등의 뜻을 지닌 단어다. 햇볕정책이 평화정책임을 강조하는 속에, 자신의 이번 방북 활동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음이 역력했다.

*남북, 북-미 두 축의 대화*

`2003년 위기설'이 나돌고,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팽팽하던 북한과 미국이 일단 대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대화한다고 모든 게 잘 풀릴 수는 없다.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양쪽의 견해 차이가 워낙 커 좀체 접점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멀리서 눈흘기며 험담만 하는 것 보다는, 자리를 함께 하면 큰 소리로 다투다가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도 생기고 타협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남쪽의 방송 시청은 물론 신문 보도까지 인터넷을 통해 즉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대로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의 방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오랜 검토 끝에 나름의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같은 `벼랑끝 전술'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김 대통령의 경험에 바탕한 간곡한 충고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터이다.

어떻게 하든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은 걷어내야 하므로 북-미간 대화 진전은 중요하다. 한반도 위기상황, 즉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를 슬기롭게 풀지 못하면 어떤 재앙을 겪을 지 알 수 없기에 가능한 모든 수를 찾아야 한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정책이 외교적 비확산에서 군사적 비확산으로 바뀌었음은 북한도 충분히 알고 있을 터이다.

북한이 `선미후남' 정책을 접고 남북대화를 먼저 진행하면서 미국과도 엇비슷하게 대화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두 축의 대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야 탄력도 붙고 틀이 견고해진다. 남북 군사 당국자회담은 평화 분위기 조성의 상징성이 크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서도 긴요하지만, 경의선 연결이나 이번에 새로 합의한 동해선 연결 등이 이뤄지려면 군사 당국자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실익 없는 `주적론' 고수*

이번에도 회담 초반에 민족공조와 국제공조를 놓고 말싸움이 있었고, `주적론'을 놓고도 논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공조 문제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불씨는 남겨 놓은 채 어정쩡하게 봉합하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족공조를 위해 한-미-일 공조 틀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남쪽이 수용할 수 없음은 북쪽도 잘 알 것이다. 6.15 남북 정상회담 때 자주 문제를 놓고 논쟁을 하다 `열린 자주'로 봉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주적론'은 우리가 솔선해서 폐기하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말고 어느 군대도 주적이 누구라고 명확히 표기하지 않는다. 추상적으로 표현해도 될 것을 굳이 적시해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극우세력의 이념공세와 불필요한 논란을 꺼려 그대로 유지했으나 폐기하는 것이 논리에도 맞고 실익도 있다.

모처럼 원상 회복된 남북 관계 훈풍을 살려야 한다. 웬만한 돌발변수에는 흔들리지 않도록 남북 사이의 신뢰를 굳게 다지고, 혹시 역풍이 불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도록 멀리 나가둬야 한다. 민족의 안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을 받을 것이란 믿음은 특정 종교에만 해당되는 진리는 아닐 터이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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