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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바람'의 진원/ 이원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맹위를 떨친 `노무현 바람'은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치판에 오래 몸담아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사람들도 삽시간에 판을 뒤흔들고 사실상 결판을 내버린 이번 `노풍'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관전자 처지에서 보면, 초반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음모론'이 나오고 모처럼 흥미진진하던 경선이 지레 김빠진 게 아쉽지만, 당사자들은 희비가 엇갈리며 얼마나 충격이 컸을 것인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을 터이다. 과연 이런 바람은 어떤 바탕에서 가능했을까. 그리고 이 바람이 지닌 정치사적 함의는 무엇일까.

바람의 직접적 원인은 역시 국민참여 경선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당 보스나 몇몇 실력자에게 독점됐던 대통령 후보 선출권이 일반당원 그리고 국민들에게로 넓혀졌다. 실제 경선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느냐를 떠나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이 주는 심리적 효과는 크다. 온갖 게이트로 얼룩져 불신과 혐오, 냉소의 대상이었던 정치에 신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성토 일색이었고 짜증스럽기만 해 가급적 피하던 정치 이야기가 신선한 화두로 떠오르며 언로를 트이게 했다.

*`개미군단' 인터넷의 위력*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핵심에서 소외된 몇몇 인사들의 비현실적 주장으로 치부되던 국민경선제가 당론으로 채택된 배경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와 구심점 없이 흔들리던 민주당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판이었기에, 과감하게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의 마음을 잡아야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장악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위력을 첫 손가락에 꼽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인터넷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노무현 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노사모'가 가능했던 것도 이들을 효율적으로 묶어줄 사이버 공간이 존재했기 때문이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특정 집단이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언론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개미군단'인 네티즌 사이의 대화와 여론 형성이 가능해진 것은 엄청난 사회적 변화다.

1997년 대선 때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서 후보들의 걸러진 모습이 아닌 진면목이 방영됐기에 수평적 정권교체가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인터넷 바람이 정치지형을 바꿀 것이란 진단은 과장된 분석만은 아닐 듯싶다. 과거 여론을 독점한 몇몇 유력 신문들이 대통령 후보들을 제입맛대로 띄우고 죽이고 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후보가 지닌 `상품성'일 것이다. 노무현의 개혁적 색채와 일관된 정치행로는 다른 정치인들과 분명한 차별성을 보였다. 번번히 실패하면서도 색깔을 바꾸지 않고 고향 부산에서 고집스럽게 도전한 `우직함'이 지역주의에 희생됐다는 동정론과 함께 되레 `영남후보로서의 본선 경쟁력'이란 프리미엄을 얻게 했다. `광주 민심'이 이를 공인해준 극적 요소까지 더해 민감한 지역주의를 한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발적 지지자들의 극성스럽고 헌신적 활동은 돈을 받아야 굴러가던 구 정치조직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새로운 지지자들을 불러모으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 대학시절 우리 사회의 아픔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30대에서 노 후보 지지도가 특히 높은 것은 우연만은 아닐 터이다.

*한국사회 역동성 반영*

노무현 바람은 한편으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불과 몇주일 사이에 전체 여론이 이처럼 뒤바뀌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한국사회의 토대가 부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탄탄하게 틀이 짜인 사회에선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허술하고 불안정하기에 동기만 바로 부여되면 역사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성큼 도약할 수 있다.

노무현 바람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걸핏하면 과격 이미지를 덧씨우는 색깔론과 어떻게 맞서 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동서화합을 내걸고 지역주의에 맞섰던 그의 행동과 이념적 동질성을 강조하는 정계개편 주장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접목할 지 주목된다. 역풍이 불지 않도록 바람 속에 담길 내용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가꾸는 능력을 갖추었느냐도 관심사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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