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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입과 군축 요구/ 이원섭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북한을 공격할 뜻이 없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런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심이 쏠렸던 차기 전투기(F-X)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공식 설명이다. 뒷편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양쪽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 오로지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그러나 1년 전부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나서 F-15K 구매를 종용하고, 보잉 사장이 각군 총장을 만나는 등 총력을 기울여온 미국이 막바지 단계에 손놓고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해외 무기판매를 다뤄온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가 비공식 수행원으로 따라온 데서도 미국쪽의 의지가 읽힌다. 우리 국방부가 미리 알아서 긴 흔적도 있다. 기종 선정 기준을 바꿔 `전략적 고려' 항목을 넣음으로써 미국쪽에 엄청나게 유리한 특혜를 준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계획중인 무기도입은 무려 1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번에 경쟁이 세게 붙은 4조 2천억원 규모의 차기 전투기 도입문제 외에 2조 4천억원 규모의 대공 유도무기(SAM-X)도입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사업에는 미국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엇 개량형 PAC-3이 단독 참여해 협상중이다. 2조 1천억원 규모의 차기 공격용 헬기(AH-X) 도입은 우리 지형을 볼 때 그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에 휘말려 전망이 불투명해졌으나, 보잉의 아파치 헬기 AH-64D가 유력했다. 이밖에 해군에서 추진중인 이지스급 구축함 도입도 관심사다. 무기 판매업체들로서는 하나같이 군침이 도는 대형 사업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무기 수입이 냉전이 해체되기 시작한 1990년대 들어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북한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시점에 무기수입이 늘어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90-94년에 주요 재래식 무기 수입국 가운데 17위였으나, 94-98년에는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00년 현재 한국은 타이완, 사우디 아라비아, 터키에 이어 세계 4위의 무기 수입국가다. 한국이 97년 아이엠에프 위기를 겪으면서도 무기수입이 늘어난 역설적 현상은 구매자의 경제적 여유 이외에 무기 판매자의 이윤이 더 큰 원인이라는 한 외국 전문가의 분석을 곱씹게 한다.

한국의 무기 수입 가운데 약 81%를 미국이 차지한다. 역대 군사정부는 정통성 결여와 독재란 비판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고가의 미국 무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막는 수단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무기구입을 하게 된 꼴이다.

물론 군사비를 늘리려는 군쪽의 욕구도 무시할 수 없다. 군부는 북한의 군사력을 과장하면서 첨단 무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99년 6월의 연평해전(서해교전)은 남북의 첨단무기 수준이 얼마나 격차가 벌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기 어려워지면서 등장한 것이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육군과 해·공군 사이의 예산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나눠먹기에 따라 불요불급한 도입도 늘어난다.

갑자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부풀린 출처가 의심스런 미 군사당국의 정보들은 대개 무기판매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차기 대공유도무기인 패트리엇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키고, 난데없이 북한의 탱크 전력이 증강됐다는 위협론이 부각되면 공격용 헬기 판매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 등이 그것이다.

무기 수입은 한정된 재원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쓰지 못하고 예산을 소모적으로 쓴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남북간 군사적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평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과 미국이 계속 첨단무기를 늘려가면서 북한에 대해 재래식 군사무기 감축과 후방 배치를 요구하는 것은 억지스런 주장이다.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군축과 군사적 신뢰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무기도입을 병행하는 현재의 모순을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이원섭/ 논설실장 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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