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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우선' 논리의 함정


15년만에 진실이 밝혀진 `수지 김 피살사건'은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국가공안기관의 횡포가 개인의 인권을 얼마나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부부싸움 끝에 부인을 살해한 윤태식씨가 처벌이 두려워 북한 대사관을 찾아가 자진월북 의사를 밝혔다가 거절당하자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될 뻔 했다는 거짓말을 꾸며댔고, 안기부는 조사과정에서 진상을 알았으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납북미수'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1987년 당시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 등으로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권에게 이 사건은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에 적합한 건수였다. 언론이 요란하게 보도했고 잠시나마 공안기관은 소기의 목적을 거두었다. 싱가폴 주재 북한 대사관은 윤씨 주장을 부인했지만, 안기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외무부는 싱가폴 주재 대사에게 반박 성명을 내도록 했다.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어 자연스레 `공범'관계가 된 윤씨와 안기부(현 국정원)의 `밀월'이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이 그래서 나온다. 안기부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일삼다가 실형을 살기도 한 윤씨가 갑자기 `생체인식 보안시스템'이란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유망한 벤처기업인으로 떠오른 불가사의한 배경에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비호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게 돼 있다. 그가 국정원 배경을 팔고 다녔다는 얘기며, 유력한 정관계 인사들을 끌어들인 사연도 심상치 않다.

*살인범과 공안기관의 `동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었음에도 진상이 그토록 오래 어둠에 묻힌 데는 `국익을 위해서'라는 논리가 위력을 발휘했다. 국민의 정부 들어 사건의 진상이 재조명되는 과정에서도 `국익 우선 논리'의 함정에 빠져 은폐 지시를 한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국익'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무리 첩보세계의 일이라지만, 뻔히 상대방이 있는데 그런 치졸한 장난을 칠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 봤을까. 이런 조작과 은폐를 통해 국민들 의식속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심고, 안보논리로 내부체제를 결속하는 것을 국익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졸지에 간첩으로 몰린 수지 김 가족들이 당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안기부의 발표를 믿어 의심치 않은 국민들의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밖에서 알 수는 없다. 일의 성격상 시시콜콜이 까발릴 수도 없을 터이다. 그러나 국민 의식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들이 장막 뒤에서 `통제 없이' 조작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1996년 4.11 총선을 며칠 앞두고 북한군이 비무장지대서 연 사흘간 무력시위를 강행해 여당에 결정적 도움을 준 DMZ 총격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의문 투성이다.

*아직도 베일에 가려진 사건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 동거녀였던 성혜림씨의 조카로 14년 남짓 남쪽 사회에서 지내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한영씨 경우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다. 198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기부 요원의 꾐에 빠져 서울에 온 뒤 얼굴을 뜯어고치고 `제2의 인생'을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신분이 노출되고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그는 분단의 한 희생자다. 그의 피살이 북한이 파견한 공작조에 의한 것이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약해 아직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북관련 사건이 발표되면 국민들은 그것을 사실로 믿고 자신의 의식 속에 특정한 이미지를 쌓아간다. 대부분의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런 것들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앞으로 남북이 통합을 이루려면, 최소한 평화적 공존 틀을 유지하려면 우리 마음속에 똬리틀고 있는 이런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북한 역시 남쪽 사회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적개심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체제를 공고히하려 해온 남북 정권의 철권통치는 지금도 해독을 미치고 있다.

이원섭/ 논설실장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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